매일신문

대구 중구청,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재추진

2년 전 구의회 반대로 보류, 구역 전체 임대료 억제 대신 개별 상생협약 체결 시 지원

대구 중구청이 구의회의 반대로 2년 가까이 표류 중인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 2016년 4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내용을 담은 조례를 구의회에 제출했지만 '재건축'재개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중구청은 최근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본격적인 제정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5월 계명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조례는 철회하고 구의회와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조례안을 마련했다.

기존 조례안과 가장 큰 차이는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기존 조례안에는 중구청이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보호해야 할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구역 내에서는 구청이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지방세 감면과 용적률 제한 완화 등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가 하락 등을 우려한 구의회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제정이 무산됐다.

새 조례안은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없애는 대신 '상생협력상가'라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일정 구역 전체를 묶는 방식 대신, 개별 상가의 임대'임차인이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면, 구청이 예산 범위 내에서 시설보수, 환경개선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공무원, 지역 주민,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상가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어 상생협력상가의 지정'해제 및 활성화, 지역상권 보호에 대한 업무를 맡도록 했다.

중구의회 내에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한 구의원은 "이미 지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조례를 제정해봐야 현재 지가를 유지하는 게 고작"이라며 "이만한 예산을 투입해 진행할 가치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 조례안에 비해선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방천시장상인회장 출신인 신범식 중구의회 부의장은 "사유재산권 침해 등 조심스러운 검토와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문제의식은 의회도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른 구의원들과 논의해볼 것"이라고 했다.

중구청은 이달 말까지 기존 조례를 폐기하고, 다음 달 열리는 구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제정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김광석길, 약령시, 북성로 등 대구 도심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구의회 설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과 가까운 낙후지역에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되면서 원래 거주자나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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