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SOC 예산 축소 등 주요 정책과 예산 배정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북 정치권과 경북도청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각 정당은 경북의 현안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대구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대구 취수원 이전 각서 발언'을 해 구미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경북 국회의원 누구도 그 자리에서 "노"(NO)라고 말하지 못했다. 경북 의원들은 경북도지사 선거에 대거 나서거나, 비리로 줄줄이 기소되면서 자기 앞가림하기 바쁘다.
김광림·박명재·이철우 의원은 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뒤 경북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에 올인하고 있다. 4선의 최경환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3선의 김재원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경북도당 위원장직을 잃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재선의 이완영 의원은 검찰로부터 징역 6월형을 구형받았다. 이들 3명은 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경북도청 분위기는 더 암울하다. 김관용 도지사는 12년의 도정을 마무리하는 데 치중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도지사는 '민선 12년의 소회와 경북의 길'을 주제로 23개 시·군 순회 특강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외국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어서 도정의 공백이 염려된다.
행정'경제를 책임진 두 부지사는 도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도정을 살펴야 함에도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김장주 행정부지사와 우병윤 경제부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각종 선거 여론조사에 언급되면서 출마 예정자로 꼽혔다. 경북도 공무원 사이에서는 두 부지사를 두고 '언제 그만두나' '출마는 과연 할까'라는 말이 인사말이 된 지 오래다.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적지 않은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이 교육을 떠나면서 '도정 정권 교체'로부터 도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도정 핵심 부서에서 근무한 이들이 서둘러 교육을 신청하면서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이 지경이면 도청은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할 정도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사드 보상 문제, 원전, 지진 대책, 국비 확보 등 경북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최근 규모 4.6의 포항 지진 여진이 발생했지만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최초 관측 후 7분 정도 지연돼 대구경북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경북은 '원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있는 경북도는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해왔다가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전해체센터 유치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지만 지역민들은 불안하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포항 주변에 원전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잇단 지진에도 한수원과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역 경제를 위해서 원전이 존속돼야 한다는 주장과 안전을 위해 탈원전해야 한다는 반박 사이에서 경북도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년 7천여 명의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지로 떠나고 있다. 인구 감소가 극심해 앞으로 30년 내 지방 소멸 위기가 오는 지역은 경북 23개 시·군 중 17개 시·군이나 된다고 한다. 전국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이미 인구 100만 명을 달성했거나,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백척간두의 '경북호'를 움직여 나가야 할 컨트롤타워인 국회의원과 경북도 고위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앞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경청해야 한다. 선거 정국에서 공무원들도 선거 판세에 대한 관심보다는 소신껏 일 처리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경북도민들은 경북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다가오는 안팎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리더십조차 어렵다면 함께 걸어가고 협력하겠다는 '파트너십'이라도 보여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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