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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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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것들을 위하여

김선굉(1952~ )

봄 햇살 받으며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을 본다.

여태 저 강물 내 것이어서 어여쁘다 했는데,

오늘 저 강물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저 물이 거느린 것들 가운데 단 하나도,

저 물 휩싸안고 흐르는 시간 중 단 한순간도,

내 것이 아니어서 더 어여쁘고 귀했던 것이다.

봄 강물 한 줄기가 내 가슴으로 흘러들면서 말한다.

네 몸의 어느 한 부위도 네 것인 것 없으며,

네 호흡의 어느 한 숨결도 네 것인 것 없으며,

네 것이 아니어서 낱낱이 꽃피는 것이었으며,

네 것이 아니어서 꽃잎 지는 것이었으며,

그래서 피는 것 지는 것 다 어여쁜 것이었으며,

호흡과 호흡 사이로 출렁출렁 흐르는 것이라며,

내 몸을 한 바퀴 돌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시집 『나는 오리 할아버지』 (만인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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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명상에 잠기다가 문득, 저 강물이 내 것이 아니며 저 강물이 거느린 것들 또한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심지어 내 몸의 숨결조차도 내 것이 아니며, 내 것이 아니어서 외려 더 어여쁘고 귀하다는 역설의 미학을 펼친다.

이러한 깨달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는 흐르는 시간의 강물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때 자연과 하나되는, 너와 나의 정신적 합일에서 비롯되는 걸까? 아니면, 봄 강물 한 줄기가 내 가슴으로 흘러들어 내 몸을 휘돌아 어디론가 흘러갈 때 마음자리에 고이는, 생에 대한 관조와 달관으로부터 연유하는 걸까?

지금까지 우리는 어쩌면 '나'라는 개인의 존엄, 가치, 권리를 중시하는 삶에 쏠려 내 것만을 숭배하고, 내 것만을 위해 모든 걸 바쳐 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라는 공동체 덕목인 질서, 나눔, 배려의 삶에 바탕하여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더불어 사랑하고, 내 것이 아닌 것들에 헌신하고 봉사하며 살아가야 할 때! 이 아름다운 봄날의 명상을 통하여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강물에 발 담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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