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1일 개헌안 발표할 전망
재적의원 3분의 2 충족 가능성 희박
'더 좋은 헌법 실제로 만드는 게' 중요
발의 대신 대통령안 국회에 제안을
우리 헌법은 길지도 않은 70년 헌정사에서 9차례 전면 개정을 거쳤다. 각 헌법의 평균 수명이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무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현행 헌법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정권 교체를 통한 정치적 안정 등이 헌법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헌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좋든 싫든 이제 10번째 개헌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개헌안 초안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정치권이 앞세워 온 개헌 명분이다. 개헌안에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도입되었다. 대통령 사면권 제한, 감사원 독립기구화, 국회 예산심의 강화 등이 그것이다. 현재 헌법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 탄생이 더 이상 불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대통령 4년 연임제로 임기 규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개정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단임제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통해 민주주의가 정착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연임 개헌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정치 풍토를 볼 때 한 번 당선되면 대부분 연임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이 동원되고 정책이 왜곡되고 선심성 예산을 퍼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무원의 선거개입 논란 등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연임이 자연스럽지만 대통령 연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처방약은 아니다.
대통령 권력의 견제 장치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분립이다. 권력분립의 요체는 3권의 수평적 권력분립과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권력분립이다. 대통령제를 발명한 미국이 철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삼권분립과 연방주의를 채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국회의원과 장관(국무위원)을 겸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참모인 장관이 동시에 제대로 된 국회의원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제왕적 대통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정통 대통령제라면 국무총리 대신 국민이 선출하는 부통령을 신설해야 한다. 기형적인 국무총리를 존치하려니 선출 방법부터 논란이 된다. 개헌 목적을 생각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 통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한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장치 마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자치의 강화도 중요한 개헌의 명분이다.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자치 강화를 형식적으로 선언하는 정도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르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이 6월 중 국회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다급함의 표현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공고 후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수정안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찬성, 반대의 선택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재적 3분의 2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부결이 예상됨에도 발의를 강행한다면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회법상 개헌안 표결은 기명투표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당은 통과되어도 부결되어도 좋다는 계산을 할 법하다.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함께 하면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부결되어도 반대 정당과 의원들을 공격할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야당은 물론 그 반대의 계산이다.
개헌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은 그렇다 치자. 약속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좋은 헌법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 압박은 상당 부분 효과를 본 셈이다. 야당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은 그 덕분이다. 심상정 의원의 말처럼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 대신 대통령 안으로 국회에 제안하면 어떨까.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시한을 명시하여 더 좋은 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결을 무릅쓰는 대신 좋은 내용의 개헌을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타협도 불가능하다면 아무리 헌법을 바꾼들 좋은 정치는 결국 불가능하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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