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한반도의 위기와 대응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만 고수

지난 25년이라는 많은 시간을 허비

두 달간의 두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위기에서 통일의 발판 만들어 내야

다가오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극단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즉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논의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시간을 갖고 단계적 비핵화로 나가야 한다고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북한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현명한 길을 찾아 한반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1985년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고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면서 막 완성된 영변의 원자로를 가동하였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핵기술이 유출되자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5㎿ 전력을 생산하던 영변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위성관측으로 드러나고 IAEA가 특별사찰을 추진하자 북한은 바로 NPT탈퇴를 선언하였다.

곧바로 미국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추진하였으나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혀 차선책으로 1994년 '북한과 미국 간 핵무기 개발에 관한 특별계약'이라는 제네바 합의가 맺어졌다. 즉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국표준형 원전 2기를 북한 신포에 건설해주고 경제 제재를 완화하며 외교관계의 정상화까지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신포 원전의 착공 2년 만에 북한이 파키스탄의 원심분리기 기술을 몰래 들여와서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음이 후일 드러났다. 제네바 합의는 2003년에 파기되었고, 그로부터 3년 후 북한은 첫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자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이듬해 헌법까지 개정하여 핵보유국임을 주장하였다. 게다가 작년 9월 3일 수소폭탄실험에 성공하고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였다. 이에 미국은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리비아식의 즉각적 핵폐기에 합의하지 않으면 군사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달 27일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제시한 단계적 비핵화 방안은 대륙간탄도탄 개발의 시간을 벌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이를 완성하면 한반도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게다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는 핵폐기와 달리 애매한 용어이므로 이를 고수할 때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조차 불투명해진다.

둘째,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다면 미국은 이미 준비된 군사조치로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즉각적으로 불능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폐기에 찬성하지만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조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강력한 해상 봉쇄로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하여 주변국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격에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다. 북한은 심각한 체제 위기에 놓여 있어서 경제적 지원과 체제 보장을 토대로 절충안에 대한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 예로써 즉각적인 핵의 불능화를 전제로 하되 단계적으로 핵폐기와 경제 지원을 병행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북한도 절충안을 찾고 있을 것이다.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만 고수하다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우리가 당면한 최악의 현실에서 앞으로 두 달간의 두 정상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 위기라는 물길을 돌려 통일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숙명 속에서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고 다가오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현실적인 핵폐기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군사적 대응태세를 총점검하고, 우리 국민들은 이제 역사적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비장한 각오 아래 굳게 단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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