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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사로 잘 쓰고 있는데 원상복구하라니…속 터지는 입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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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 "허가받지 않았고 경사도 급해 철거 불가피, 시설 보완 검토"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장애인용 경사로. 수성구청이 관련 법규 위반이라며 경사로 철거를 요구하자 주민들은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장애인용 경사로. 수성구청이 관련 법규 위반이라며 경사로 철거를 요구하자 주민들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만큼 행정당국이 융통성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무릎 관절이 안 좋은 노인들은 경사로가 없으면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듭니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데 법령에 맞지 않는다고 철거하라니 참 답답합니다."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아파트관리사무소장 이윤식(62) 씨는 아파트 출입구에 설치된 경사로가 곧 없어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몸이 불편한 노약자들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지난 2016년 600만원을 들여 아파트 입구 두 곳에 경사로를 설치했는데, 최근 수성구청의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져서다.

구청에 따르면 이곳 경사로는 지난 1월 대구시 공동주택감사에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제가 됐다. 경사로를 설치할 때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행위허가 신고를 하지 않았고, 경사가 급해 관련법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다.

구청은 그간 아파트에 3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달 4일까지 복구하지 않으면 57만8천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입주민들은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규정을 잘 몰라서 미리 신고하지 않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노약자와 장애인 주민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경사로를 굳이 철거하라는 명령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노인회장 이태열(73) 씨는 "아파트를 지은 지 38년이 지났고, 만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가구의 절반이나 된다. 경사로가 공공 이익에 맞지 않는다면 마땅히 철거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행정당국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사로를 지켜내고자 지난 27일 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입주민 중 98%가 경사로 유지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경사로 유지에 관한 입주민 의견 수렴'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의견서를 구청에 전달했다.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수성구청은 지난 30일 현장조사를 실시하고서 제3의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논의하는 등 시설 보완 방안을 찾겠다는 것.

구청 관계자는 "시간을 더 달라는 주민들 요청에 따라 철거 대신 시설 보완을 통해 경사로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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