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고 속에 치과치료 절실한 허옥순 씨 가족

남편 외도로 인한 이혼, 우울증에 심한 빈혈, 무릎에 낭종까지…
첫째 아들 둘째 딸도 일자리 못 구해 "심한 충치로 치과치료 절실"

심각한 건강 이상에 시달리는 허옥순(가명·45) 씨에게 본인의 건강보다 큰 걱정은 4남매다. 가족 중 아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첫째와 둘째 자녀의 치과치료비만 800만원이 필요하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심각한 건강 이상에 시달리는 허옥순(가명·45) 씨에게 본인의 건강보다 큰 걱정은 4남매다. 가족 중 아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첫째와 둘째 자녀의 치과치료비만 800만원이 필요하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빈혈에 시달리는 허옥순(45·가명) 씨의 낯빛이 창백했다. 치아가 전혀 없는 탓에 발음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3년 전 이혼하고 홀로 4남매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온 얘기를 털어놓던 허 씨가 손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허 씨가 깊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뗐다. "저는 이렇게 늙어도 괜찮은데 저 때문에 아이들도 어렵게 살진 않을지 마음이 무겁네요."

◆ 남편의 외도로 이혼, 심신은 만신창이

허 씨가 남편을 만난 건 스무살때였다. 남편은 한 때 오토바이 대리점을 운영하고 건설현장 인부로도 일했지만 4남매를 키우기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늘 쪼들렸던 살림은 3년 전에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 허 씨는 "남편의 주도로 건설근로자 팀을 꾸렸고 전국을 돌며 일을 하면서 생활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안정된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이 몇 달 지나지 않아 외도 사실을 밝혔고, 두 사람은 결국 이혼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생활고까지 겹치며 허 씨는 한동안 술에 의지하기도 했다. 허 씨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만취상태에서 착화탄을 피우려는 걸 아이들이 말렸단 얘길 들었다. 그때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허 씨는 일자리를 구하려했지만 번번이 건강 문제에 부닥쳤다. 음식점 종업원 자리를 구했지만 심한 빈혈과 두통에 시달리며 그릇들을 제대로 옮기지 못해 해고당할 정도였다.

허 씨는 입안에는 남아있는 치아가 없다. 첫아이를 낳은 후부터 이가 빠지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탓이다. 뼈도 유난히 약해 최근 5년 동안 4차례나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다. 얼마 전에는 옆에서 잠을 자던 막내딸의 몸부림에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왼쪽 무릎 뒤에도 손톱 만한 물혹이 생겨 걸음이 불편하지만 치료비 걱정에 그냥 두고 있다.

◆ 자리 못잡고 있는 자식들, 치과치료비도 걱정

성인이 된 큰아들과 두 딸에게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점도 고민거리다. 첫째 중현(가명·23) 씨는 중학생 때부터 주의력결핍장애(ADHD)로 약물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입대 한지 사흘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허 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능과 인지력이 낮으니 장애인 등록을 고려해보라고 하더라. 요즘엔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낸다"고 했다.

둘째 채원(가명·22) 씨는 중학생 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겪었다. 이 때문에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고교 1학년 때 자퇴했다. 이후 보조미용사 일을 시작했지만 심한 치통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날이 잦아 수입이 한 달에 50만원도 되지 않는다. 셋째 정원(가명·21) 씨는 4년 전 가출 후 연락이 거의 끊겼다.

밝고 씩씩한 막내 지연(가명·11) 양만이 허 씨의 희망이다. 간호사가 꿈인 지연양은 공부에 관심이 있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게 늘 마음의 짐이다. 그런 지연 양도 천식에 잔병치레가 잦아 겨울이나 환절기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허 씨 가족의 수입은 매달 100만원 가량의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다. 그마저 월세 30만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첫째와 둘째는 심한 충치로 수백만원대의 치과 치료도 시급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제 탓인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전 괜찮지만 첫째와 둘째 아이라도 치과 치료를 받으면 사람들을 당당하게 만나고 취업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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