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꿀잠 하고픈 현대인들의 욕망…슬리포노믹스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 등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늘면서 다양한 기술을 내세운 숙면사업(슬리포노믹스)이 급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 등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늘면서 다양한 기술을 내세운 숙면사업(슬리포노믹스)이 급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잠'은 하나의 숙제와도 같다. 취업과 승진, 공부를 위해 기를 쓰고 잠을 줄이려는 이들이나, '쉼'을 위해 잘려고 잘려고 기를 써도 잠들지 못하는 이들 등 저마다의 상황이 다르지만 어쨌거나 모두가 원하는 것은 한가지다. 편안하고 질높은 수면시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다.

이런 욕망들이 반영되면서 최근 수면 관련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이른바 수면(sleep)경제학(economics)이라고 불리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고 불리며 새로운 산업을 형성할 정도다. 다양한 최첨단 기술들과 아이디어가 접목되면서 '슬립테크'(Sleep+Technology)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숙면 도와주는 다양한 제품들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큰 잠의 질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품으로는 베개가 손꼽힌다. 특히 요즘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거북목증후군이나 목디스크를 앓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잠자는 동안 목의 C커브를 편안하게 잡아주는 다양한 기능성 베개들이 출시되고 있다.

베개를 선택할 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높이와 모양, 베개 속 재료다. 높이는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모습을 옆에서 봤을 때 베개의 목 부분이 약 4~5㎝ 올라와 있어야 하고, 옆으로 누울 땐 8~10㎝ 정도가 높이가 좋다. 그래서 최근에는 귀 양쪽 옆과 위아래 부분은 높이가 높고 가운데 뒤통수 부분이 움푹 파여 뒤척일때도 인체구조를 잘 잡아주는 제품들이 많다.

숙면에 중요한 것은 밤새 올바른 수면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침대 메트리스하면 코일 스프링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다양한 소재와 첨단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단과 하단의 스프링이 분리돼 피부압력과 몸부게를 분산시켜주는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스프링 매트리스의 장점과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도 있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처럼 수면시 신체 부위가 눌리는 습관이 있다면 체형을 감싸는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적합하다. 모션베드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다양하다.

◆숙면에 특화된 호텔룸도 등장
꿀잠에 대한 현대인들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호캉스를 즐기며 평소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이들을 위해 숙면에 특화된 호텔룸을 선보이기도 한다. 롯데시티호텔 구로는 '숙면 특화 룸'을 마련해 객실에 산소 발생기, 기능성 베개, 프리미엄 침구를 비치했다. 롯데호텔 부산은 침대 매트리스 상단에 수면 패턴 분석용 센서 패드를 설치해 고객이 자신의 수면 패턴을 진단받을 수 있는 '굿나잇 패키지'를 내놨다.

전국 5개의 글래드 호텔 역시 '꿀잠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베개 콜렉션과 최고급 침구, 에이스 프리미엄 매트리스 및 꿀잠안대와 라벤더 파우치, 마스크팩 등의 꿀잠키트도 제공한다.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슬립테크관'이 등장했다. 수면산업의 규모가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꿀잠'에 대한 현대인들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안마기에도 숙면을 돕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지난해 CES 슬립테크관에는 수면 중 심장박동, 코골이 등 수면상태를 분석해주는 매트, 실내 온도 변화에 따라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스마트 베드, 머리에 쓰고 자면 뇌파를 분석하고 백색소음을 발생시키는 웨어러블 밴드 등이 소개됐다.

오피스타운 근처에는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틈타 쪽잠을 잘 수 있도록 한 수면카페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는 CGV 등 영화관에서도 침대를 마련해 두고 낮잠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시에스타'를 운영할 정도다. 안마의자에도 수면 프로그램이 적용돼 긴장된 몸을 이완시켜 숙면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잠 못자는 현대인들의 욕망의 반영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수면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24분으로 6시간 53분이던 5년 전 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잠을 잘 못 잔다'고 답한 비율은 34%로, 2002년(20%) 대비 14% 중가했다.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도 크게 증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38만여 명이었던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지난해 51만여 명으로 늘었다.

슬리포노믹스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이 고픈 현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급부상 중인 산업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조 원대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해당 시장이 2016년 이미 20조 원을 넘었고 일본에서는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비자들이 '꿀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은 그만큼 숙면이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6.6%가 '수면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답했다.

강준호 롯데백화점 대구점 생활가전팀장은 "최근 짧은 시간동안 최대의 휴식과 수면을 취하려는 고객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22%늘었다"며 "패스트 힐링효과를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기능성 건강 제품들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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