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의회 해외연수 품격을 높여야 한다

예천군의회 의원이 해외연수 기간 중에 동행한 현지 가이드와 몸싸움을 벌인 일이 진실 공방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사달이 난 것은 예천군의원 9명과 군의회 소속 공무원 일행이 지난 연말 7박 10일간의 일정으로 떠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 중이었다. 발단은 빡빡한 일정을 이끌어야 하는 가이드와 이에 대해 불만을 품었던 군의회 연수자들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군의원 한 사람이 연수자들을 대신해 가이드에게 불만을 제기했는데, 서로 간에 쌓인 감정이 폭발하면서 설전을 벌이다가 그예 몸싸움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군의원과 가이드가 서로 상반된 입장과 주장을 토로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가이드는 일부 군의원의 버스 안 취중 고성방가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과도한 술판을 거론했다.

군의원이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착용하고 있던 안경에 미간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도 그같은 취중에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군의원은 정작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로 고성방가는 물론 일방적 폭행은 없었다고 강변한다.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의 얼굴에 미세한 상처가 난 게 전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600만원이 넘는 합의금까지 줬다는 얘기에는 혀를 차고 있다. 정말 외국의 지방의회를 방문해서 선진 지방자치를 벤치마킹하는 일정이 너무도 빠듯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따른 말썽이 처음 빚어진 일이라면 이해를 할 만한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연수를 빙자한 외유(外遊)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또 우리 지역만의 일도 아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부 의원들의 추태와 일탈행위도 잊을만하면 불거져온 게 사실이다. 선진지 견학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무늬만 해외연수'에서 탈피하고 지방의원들의 품격도 높여야 한다. 지방의회의 역기능이 자꾸만 부각되면 기초의회의 존폐론이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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