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맛집 가이드북 엉터리로 만들어 대구 망신시키려 작정했나

대구시와 구·군이 선정하는 맛집이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발행하는 안내 책자에는 그럴듯하게 소개돼 있지만, 해당 맛집에서 먹어보면 영 딴판인 경우가 많다. 공무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맛집 가이드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대구를 망신시키려고 단단히 작정한 사람들인 것 같다.

행정기관에서 소개하는 맛집의 선정 과정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부 구군은 비전문가 중심으로 맛집 평가위원을 구성하거나 미리 심사 일정을 통보해 음식을 준비하도록 해 맛집을 선정했다. 평가위원회를 비전문가 정도가 아니라, 위생직 공무원과 외식업 중앙회 회원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하니 애초부터 제대로 평가할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 구군이 공무원, 외식업 중앙회 관계자 등과 안면이 있거나 청탁받은 음식점을 상당수 포함했다고 하니 황당해진다. 말로만 평가위원 심사였을 뿐, 실제로는 대충대충 건성건성 끝냈다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고 보면 기가 찰 수밖에 없다.

더 웃기는 것은 대구시의 태도다. 대구시가 펴내는 대표 맛집 책자 '탐미(味)'는 각 구군과 외식업계 추천을 바탕으로 선정했다고 하니 큰집이나 작은집이나 하는 짓이 똑같다. 이 안내 책자는 외국 관광객이나 외지인에게 제공되거나 숙박업소에 비치돼 있는 걸 감안하면, 대구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린 행동임이 분명하다.

'미쉐린 가이드'처럼 권위 있는 맛 평가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처럼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는 정확하고 올바른 맛집을 소개하는 것은 공신력 있는 행정기관의 의무일 것이다. 이왕이면 몇백만원의 예산으로 형식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맛집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의 음식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