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 양육환경의 변화로 '아이 돌봄'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국정과제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확정하고 지난해 초등돌봄교실 확대 및 내실화 방안 등의 정책을 수립해나가고 있다.
대구도 영유아 보육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초등학생 대상 돌봄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방과후, 방학 중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올해 '모든 아이가 행복한 돌봄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돌봄교실 확대, 프로그램 강화, 지역사회 연계 체계 구축 등의 중점 추진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학생들은 즐겁고, 학부모는 안심
지난 8일 오전 대구 화동초(달성군 화원읍)는 방학임에도 학생들의 이야기와 웃음 소리가 흘러넘쳤다.
화동꿈터1 교실에서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가져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었다. 바닥에 난방 처리를 한 교실 한켠에서는 학생들이 신발을 벗고 올라가 엎드려눕거나 다리를 뻗고 앉아 보드게임을 했다.
옆 화동꿈터2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복층형 구조에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꾸며진 시설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한쪽 벽에 마련된 클라이밍 체험 시설에서 놀다 지치면 반대편에 벽장처럼 꾸며진 공간에 들어가 쉬기도 했다.
화동초는 지난해 8월 3천만원을 투입해 방과후연계형 돌봄교실을 리모델링 확충했다. 기존 교실과 달리 놀이학습 중심의 다양한 기자재와 교구를 마련하고,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악기 ▷소프트웨어 ▷공예 ▷동요 ▷체육 등 특별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수업이 끝나고도 학교 밖에서 떠돌지 않고 안전한 공간 내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돌봄교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7년째 돌봄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한 돌봄교사는 "처음에는 수요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최근에는 25명 정원이 다 찼을 정도"라며 "확충한 방과후연계형 돌봄교실을 둘러본 학부모들이 더욱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며 안심했다"고 말했다.
배성근 화동초 교장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오고싶어하고, 다시 찾고싶어하는 공간을 만들고자했다"며 "복도 등 교실 주변 환경도 차차 변화를 줌으로써 더 많은 아이들이 돌봄교실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 대상 범위 늘리고, 공간 넓히고
대구는 돌봄교실 수용률이 100%에 달한다. 돌봄교실을 희망하는 학부모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요가 적은 편도 아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대구지역 전체 초등학생(12만673명)의 7.7%인 9천339명이 돌봄교실을 이용했다.
또한 참여학생 수의 91.6%(8천555명)를 차지하는 1~2학년 참여비율이 21.3%에 달했다. 1~2학년 학생 5명 중 1명은 돌봄교실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낸 셈이다.
특히 대구는 돌봄교실 대상 학생을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등에 한정하지 않고 다자녀 가정, 일시적 실직 가정 등 대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다자녀 가정을 포함시킨 것은 일종의 출산장려책으로, 2017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며 "이외에 투병 중인 가정, 장애인 부모 가정, 담임교사의 상담을 통한 추천 등 돌봄이 필요한 다양한 경우를 고려해 최대한 수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대구시교육청은 2022년까지 점진적으로 학교별 수요와 여건에 따라 1~2학년 위주의 참여 대상을 6학년까지 크게 늘리고, 방과후학교 수업 틈틈이 다녀갈 수 있는 방과후연계형 돌봄교실을 학교당 1교실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3학년 전체 학생(6만여명)의 25% 수준(1만5천여명)으로 참여율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나홀로 아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방학 및 휴업일에도 돌봄교실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학기 중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해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돌봄기관 서비스 확대 필요"
하지만 학교중심의 돌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은 최대 오후 7시까지 운영되고 있으나, 학교 정규 근무시간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특히 테크노폴리스, 세천지구 등 수요가 급증하는 신도시의 경우 지역 내 마을돌봄기관 조성 등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테크노폴리스의 경우 전체 학생 수(3천192명)의 6.0%(192명)를 비슬초, 포산초, 유가초 등 3개 학교 돌봄교실에서 수용하고 있는 데 비해 지역 아동센터의 마을돌봄 수용 비율은 0.5%(17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천지구 역시 전체 학생(950명) 중 11.8%(112명)는 학교 돌봄서비스를, 1.2%(11명)는 마을돌봄 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저녁돌봄, 일시적 긴급돌봄 등 '틈새돌봄'이 가능한 지자체 주관의 지역 돌봄기관 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돌봄교실 서비스 확대와 함께 지역사회와 연계한 촘촘한 돌봄서비스 제공으로 그야말로 온종일 돌봄 생태계가 구축돼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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