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전문가의 꿈 도와주세요"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 문대통령에 170통 편지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울진군 평해읍)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손편지. 탈원전으로 인해 불안해진 미래를 호소하는 이 편지들은 14일부터 릴레이 형식으로 청와대에 발송된다. 신동우 기자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울진군 평해읍)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손편지. 탈원전으로 인해 불안해진 미래를 호소하는 이 편지들은 14일부터 릴레이 형식으로 청와대에 발송된다. 신동우 기자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는 원전전기제어과에 다니는 1학년 학생입니다. 원전이 위험하다면 저희가 잘 배워서 관리 잘 할께요. 제발 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14일 울진군 평해읍 우체국. 학생들이 기름때 묻은 손으로 쓴 편지가 봉투에 담겨 발송됐다.

모두 170통. 수신은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앞. 발신은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이 편지들은 하루에 몇통씩 릴레이처럼 청와대에 배달될 예정이다.

편지에는 탈원전 이후 불안한 자신들의 미래를 호소하는 내용과 한수원 관련 일자리를 예년 수준만큼 유지되도록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중단되고, 원전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소문이 지역에 퍼진 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이 이 학교 학생들이다.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지난 2011년 문을 연 전국 최초의 원자력전문 고등학교다.

울진 인구가 줄어들고 평해고등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국내 최대 원전밀집지역이란 특이점을 살려 원자력마이스터고로 재탄생했다. 학과는 원전산업기계과와 원전전기제어과 2개로 학년 당 정원 80명이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매년 취업률 90% 이상을 보이며 지난 2016년 2.65:1이라는 높은 입학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탈원전 발표 후 곧바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신입생 지원률이 1.03:1이라는 역대 최약을 기록했다. 올해는 조금 늘어 경쟁률 1.6:1까지 회복했지만, 예년 평균에 비해서 낮다.

학생들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 원전 일자리가 준다는 것은 학생들의 희망 또한 함께 줄어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마음을 담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작성하고,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에 대신 발송해줄 것을 부탁했다.

울진범대위는 학생들의 편지가 한꺼번에 배달될 경우 하나하나 읽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 매일 5통씩으로 나눠 발송하기로 했다.

또 이를 계기로 군민들의 편지도 같이 보내는 '릴레이 편지쓰기' 운동을 기존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재개 촉구 서명운동'과 병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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