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막힌 대구 3차순환도로 지하로라도 잇자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이 로버트 맨 미 육군 대구기지사령관을 만나 미군부대로 막힌 대구 3차 순환도로 미개통 구간에 대한 지하터널 건설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한미군 부지 반환이 수십 년째 지지부진하자 지하로라도 막힌 길을 이어보자는 고육책을 내놓은 것이다. 미군 측도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미개통 3차 순환도로의 연결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3차 순환도로는 대구 외곽을 순환하는 25.2㎞ 구간 도로다. 1996년 대부분 구간 건설이 완료됐지만 2000년 개통 예정이던 중동교~앞산네거리 1.38㎞를 아직 개통하지 못했다. 남구 캠프워커 동편 헬기장과 서편 비상활주로 부지 반환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이 구간 미개통으로 남구, 나아가 대구 시민 전체가 겪고 있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구는 앞산과 신천을 끼고 있는 등 한때 대구 최고의 부촌이자 좋은 정주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도로가 막히면서 쇠락한 부도심으로 전락했다. 대구시민들도 차량 정체나 우회하는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구간의 미개통 도로가 대구 전체 도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순환도로 개통이 공약으로 등장한 사실이 이런 불편과 고통을 잘 웅변한다.

그럼에도 미군부대 반환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2007년 서편 비상활주로 부지는 SOFA 과제로 채택된 이후 협상 진척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선거 때면 도로 개통이 공약(公約)으로 등장하지만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미개통 구간 건설을 기약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미개통 구간에 대한 지하도로 건설 발상은 고육책이긴 하나 현실적이다. 미군이 고가도로에 대해서는 즉각 건설 불가를 밝혔으면서도 지하도로에 대해서는 공병기술자의 의견을 반영해 검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한 것도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일 터다. 서울에선 상습 도로 정체 구간에 대해 지하 고속도로까지 착공했다. 대구라고 못할 것도 없다. 막힌 간선도로를 지하로라도 뚫는 것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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