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포레스트 아레나 시대] 3)축구 관람문화도 업그레이드하자

대구FC 서포터즈
대구FC 서포터즈 '그라지예' 회원들이 지난 11일 새 축구 전용경기장에 모여 대구FC의 선전과 축구 문화 발전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준혁, 노재관, 이주석, 정찬교, 이하윤, 조유빈 씨.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는 지난해 FA컵 우승 직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새해 문을 여는 축구 전용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일은 대구가 최고의 축구 도시가 되는 길이며 이를 통해 축구로 대구를,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기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그의 표현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포레스트 아레나'는 지역 스포츠 관람문화를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구FC 서포터즈인 '그라지예' 회원들의 새해 희망도 마찬가지다. 축구라는 공통의 열정으로 뭉친 이들은 대구FC의 올해 활약을 기원하면서 선진 축구문화 정착에도 앞장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번 와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요"

2002년 국내 첫 시민구단으로 탄생한 대구FC는 지난해 K리그1(1부리그) 7위를 차지, 창단 이후 최고 순위 타이기록(2006년)을 세웠다. FA컵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를 꺾고 우승,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까지 확보했다.

성적이 오르자 팬들의 관심은 덩달아 커졌다. 대구FC의 지난 시즌 유료관중은 전년 2천534명에서 3천518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대구스타디움 고별전이기도 했던 지난해 12월 8일 FA컵 결승 2차전에는 매서운 한파에도 무려 1만8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11년째 서포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고교생 정찬교(18) 군은 "대구FC가 2부리그로 강등당한 기간 동안 관중이 많이 줄어 안타까웠다"며 "새해에는 ACL 경기도 치러지는 만큼 많은 시민이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 고교생인 최준혁(18) 군은 "해외 축구에 비해 K리그가 재미없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라며 "한 번만이라도 경기장에 와서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같이 응원할까예? 그라지예!

국내 축구계에서 서포터즈 문화는 PC통신이 활성화된 1990년대 중반 무렵 등장했다. 이후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국가대표팀 서포터즈를 자청하면서 프로축구에서도 확산됐다. 전북 현대 '매드 그린 보이즈', FC서울 '수호신', 강원FC '나르샤' 등이다.

대구FC '그라지예'는 데뷔 첫 해였던 2003년부터 여러 이름을 거쳐 2012년부터 현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라지예는 상대의 권유에 동의한다는 경상도 사투리이자 감사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zie'의 중의적 표현이다. 그라지예는 이달 내에 새로운 회장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서포터즈는 어느덧 축구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색안경을 끼고 이들을 보는 시선도 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서유럽이나 최근 축구 팬이 급증 추세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열광적인 서포터즈와 가끔 여가시간 즐길거리를 찾아 경기장에 오는 일반 관중 사이 괴리감이다.

이에 대해 2004년부터 활동해온 베테랑 서포터인 노재관(26) 씨는 "일반 시민과 다른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축구 팬으로서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이주석(20) 씨는 "처음에는 서포터 활동을 왜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조용히 박수만 보내다가 경기마다 목이 쉬도록 응원하니까 훨씬 재미있다"며 웃었다.

◆함께 발구르며 '승리의 오랄라'♪♬

서포터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K리그의 부흥이다. 매번 만석을 이루는 축구대표팀의 A매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K리그 경기장이 썰렁한 탓이다. 이들은 많은 관중이 찾아주면 선수들이 힘을 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더욱이 대구FC는 전용경기장 개장이란 호재를 맞았다. 국내 11번째 전용경기장으로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제대로 된 축구 경기를 관람할 인프라가 갖춰졌다. 기존 홈구장인 대구스타디움에 비해 대중교통 접근성도 훨씬 좋아졌다.

대학생 서포터 조유빈(19) 씨는 "포항·울산의 축구 전용구장에 응원을 가면 너무 부러웠는데 대구 팬들의 염원이 이제라도 이뤄져 다행'이라며 "선수들과 소통도 잘 되고 팬들의 단합된 모습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하윤(26) 씨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처럼 포레스트 아레나 알루미늄 발판에서 팬들이 발구르기를 함께하며 응원가를 부른다면 소름이 끼칠 것 같다. 관중석이 너무 큰 대구스타디움보다 일반 관중들과 박자 맞추기도 훨씬 쉽지 않겠느냐"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서포터들에게 올해 대구FC의 K리그1 예상 성적을 물었더니 2위부터 7위까지 다양한 '현실적'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각자 좋아하는 선수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부상 없이 뛰어달라고 했다. '어디라도 그대들과 함께하리라'는 대구FC 응원가 '승리의 오랄라'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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