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교육개혁의 광장, 학부모 아카데미

김경범(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교수, 국가교육회의 2기 위원)
김경범(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교수, 국가교육회의 2기 위원)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고, 각종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10만명을 넘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공무원과 건물주인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나만의 '밥'을 위해 타인의 '밥'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경쟁하여 생존하라고 배워왔고, 또 살아가면서 그렇게 경험해 왔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 의식, 협력, 공감, 소통 등 우리가 교육과정에서 접한 단어들은 현실에서 사어(死語)입니다.

아이들이 공무원과 건물주를 꿈꾸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지만, 여기서 말하는 아이들의 꿈이란 실상 어른들의 욕망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꿈을 꾸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모두에게 같은 것을 가르치는 교육, 점수를 매겨서 서열을 만드는 평가 방식은 18세기 1차 산업혁명 시대 이후 짧은 시간에 많은 공장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낸 방식입니다. 그런 교육 체제에서는 아이들의 진짜 얼굴은 무시되고 점수만 남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대입 논의에서 교육은 사라지고 점수만 남았습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는가'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더 중요한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학 졸업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교육과 입시를 유지한다면 미래 우리 아이들의 '밥'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육 개혁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대입 제도 논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과거 정부처럼 현 정부도 대입 개편을 추진했으나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시켜 온 대입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대입 제도만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교육 현장의 변화 없이, 교사들의 변화 없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지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 대학의 선발 방식만 바꾼다면, 단지 겉모양만 달라질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입 제도가 아니라 전면적인 교육 개혁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난 1년의 논쟁 과정에서 확인했던 교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교사, 무력한 학교 교육을 두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 교육과 학교 중심의 대입 제도를 논할 수 없습니다. 전면적 교육개혁을 통해 학교와 교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교 교육과 연계된 대입제도를 만드는 일, 이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학생의 역량을 길러 주는 학교 교육, 학교 교육 중심의 대학 입시, 학생 맞춤형 교육과 입시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 개혁은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교육 개혁을 논의하는 새로운 광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초‧중‧고등학교 현장에 학부모 아카데미부터 열어야 합니다. 학교가 아이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부모와 더불어 같이 교육을 고민하며 같이 성장해가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가 학교를 신뢰하지 않고,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학부모의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학교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학부모는 교사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서로의 요구와 필요를 소통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문제, 약간 달라지는 수시모집 지원 전략, 고등학교 선택 등 학부모들이 조언을 얻을 곳이 사교육밖에 없다면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못합니다.

미래는 우리 노력의 결과입니다.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현실과 규제의 절벽에 가로 막혀 논의를 멈춘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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