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북한 여행 중 억류로 인해 안타깝게 사망한 미국인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정부에 보낸 고소장이 최근 평양에 전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고소장이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궁금하여 찾아보니 세계적 물류회사인 DHL을 통해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HL은 무슨 자격으로 평양에 고소장을 전달할 수 있었는가. 혹시 DHL은 물류서비스 회사라 대북 제재 조치와 상관없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궁금한 적이 없었을까?
한국 전기솥 中 사이트로 주문
사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인 DHL이 평양에서 물류사업을 시작한 지가 20년이 넘었다. 또한 2008년 평양국제영화제 후원을 시작으로 북한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해외 직구로 상품을 구입할 때 우리 국민들도 애용하고 있는 DHL은 어떻게 북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6년 전 서울에서 있었던 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DHL 평양지사장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알려주는 이야기 중 한 가지는 평양의 중산층들이 중국 사이트들을 통해 한국의 유명 전기밥솥을 주문하면 3일 안에 평양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한의 변화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알아보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에게는 핵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 3대 세습, 깡패국가라는 단어로만 익숙한 북한이 자본주의의 최대 물류회사를 20년 전부터 이용해왔다는 사실에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것인가.
북한 이야기의 핵심은 아주 더딘 속도였지만 북한도 지난 20년간 변화해왔다는 점이다. 김정일 시대인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음성적으로 발전하던 시장을 처음으로 합법화를 진행하는 경천동지할 일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규모가 커진 지하경제의 돈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전격적인 화폐 개혁을 2009년 박봉주의 주도하에 진행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년 북한 사회를 되짚어보면 북한은 마치 과거 남한의 경제발전 때와 조금은 유사하게 조금씩 단계를 거쳐 경제제도를 변화시켜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필자는 바로 그러한 지난 시기의 변화가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평양의 모습을 이끌어 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평양뿐만 아니다. 작년 5월 방문했던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 바라본 신의주의 확 달라진 풍경에서 북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북한에는 이제 확인된 장마당(우리의 시장, 큰 장마당의 경우 시장이라고 쓰기도 함)이 5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이제 북한은 배급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물건과 화폐의 교환이 일어나는 자본주의 경제라고 감히 정의 내릴 수 있다. 아무리 구호로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 이야기하더라도 이제 그것은 정치적 수사와 대내적 구호일 뿐 제도적 측면에서는 중국, 베트남과 같이 사회주의공화국을 내걸고 있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 들어선 나라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장마당 500개 자유 시장 경제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북한은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소망적 관념에서 우리 지역사회도 변화의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최근 미국 최대 곡물회사 카길, 그리고 독일에 본사를 둔 에너지 광물 다국적기업 관계자들이 북한을 다녀왔다는 뉴스가 나왔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큰 기업들은 이미 할 준비는 다하고 있는 것 같은 허탈한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인 것일까? 북한의 변화를 정확히 바라보고 분석하고 지역사회의 경제와 대구경북의 미래를 연결시키는 것이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될 지역의 과제인 듯하다. 북한을 잘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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