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영화: #택시운전사
*명대사: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소"
*줄거리: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정환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데…

'말모이'가 뭐야? 달리는 말을 몬다는 뜻인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말포이는 알아도 '말모이'란 제목만 들어서는 무엇을 지칭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말모이'란 실제로 주시경 선생이 1911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던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말모이는 우리 말과 글을 담은 사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밀운동의 이름기도 하다.
제국주의 시대였던 1940년대 초, 일본은 전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국이었고 우리 역시 일본의 식민지였다. 지조있던 지식인들도 현실에 타협하고 변절한 시기였다. 암울한 시대에도 한 줄기 빛은 있었으니, 그런 가운데 비밀리에 추진된 말모이란 모임이 있다. 주시경의 뜻을 계승해 조선어학회가 주측으로 우리말 지켜내려는 이들의 운동이었다. 이들은 우리 말에는 민족의 얼과 정신이 들어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말과 글을 지킨 투사들이다.

영화는 1942년 일어난 조선어학회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일본은 조선어학회 한글학자 33인을 체포했고, 이들 중 2명은 옥에서 숨을 거둔다. '말모이'는 이 역사적 사건에 가상의 캐릭터를 더해 우리말과 글을 지킨 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내용은 별 거 없다. 황국신민화정책으로 우리 말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는 우리 말을 수집하고 표준화하는 '말모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 소매치기를 일삼고 그나마 근무 중이던 극장에서까지 해고당한 김판수(유해진)은 우연한 기회에 심부름꾼으로 조선어학회에 취직한다. 판수는 글을 모르고 살던 까막눈이었지만 막내딸만큼은 가네야마가 아닌 김순희라는 이름을 지켜주고 싶다. 그렇게하여 판수와 조선어학회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 비밀리에 우리말 모으기에 나선다.

여기까지 듣기만해도 작품의 전개는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그려진다. 그리고 그 예측은 아마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말모이'에는 예상 밖의 수확을 준다. 꽤 묵직한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다. 당대 지식인이었던 조선어학회가 아닌 평범한 인물인 김판수를 조명한 엄유나 감독의 작전도 통했다. 김판수는 유해진의 신급 연기로 영혼을 부여받고 살아있는 캐릭터로 움직였다. 아니 배우 유해진을 캐스팅한 엄유나 감독이 신의 한수를 얻은 듯하다. 애초에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없었을 듯. 판수가 유해진이 아니라는 것은 상상도 안 갈 지경이다. 도대체 유해진이란 배우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감탄케하는 그의 연기는 작품이 더해갈수록 날개를 돋는 느낌이다. 가히 유해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극장에 갈 이유가 되는 티켓파워를 발산한다.
소위 요즘 애들이라면 꼭 그렇게 말해야 하는 듯 신조어를 구사한다. '롬곡(눈물)', '인싸(인사이더)', '갑분싸(갑자기분위기싸늘)' 등 따로 찾아보고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도 없는 언어파괴 단어들이 유행하고 있다. 사실 신조어가 생기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늘 존재해왔다. 따지고 보면 이마저도 그 시대의 생각과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무작정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담아 우리말을 모으려했던 이들의 노력과 희생을 생각한다면 말 한마디가 참으로 소중해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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