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동화책 중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가 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처음 이 책을 읽고는 주인공이 희생을 통해 죽거나 다치게 되어 '무슨 동화책이 이렇게 슬프지...' 싶었고, 다시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하고 읽었을 때는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동화는 사납고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육식공룡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약하고 작은 공룡에 의해 변해가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모습인 '희생'의 가치를 보여주며 오히려 행복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계의 법칙을 따른다면 이 동화의 내용은 마땅히 약자는 늘 두려움에 떨거나 죽고 강자는 살아남아 계속해서 포악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야하지만, 이 동화 속에서는 그 강자 역시 사실은 굉장히 외로웠고, 친구가 필요했으며, 때로는 슬프고 괴로웠지만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작은 한 공룡을 만나 그의 삶이 새롭게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책을 읽고 느낌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단 한사람, 나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생태계의 법칙을 무시하고 천적관계에 있으면서도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희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희생을 오히려 기쁨으로 느끼게 된다는 내용은 내 주위에서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를 살펴볼 겨를이 없이 경쟁이 빗발치고, 서로 밟고 일어서야 살아남는다는 우리 삶에서 '진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도 세상에 아무 기댈 곳이 없고 허망하여 무너지려고 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한 사람 앞에서 새 희망을 가지고 다시 탄력성을 회복하여 나가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단 한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 중 이런 시가 있다.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 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오늘 하루 내 삶이 가치 있게 빛날 수 있도록 누군가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그것은 돌고 돌아 또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삶은 경쟁에서 이길 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살아남게 된다.
김은혜 이화아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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