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SKY캐슬', 연초 대한민국 강타!

드라마
드라마 'SKY 캐슬'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연일 치솟는 인기를 과시하며 2019년 초 방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16회가 21%(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고, 2049타깃 시청률 역시 11.2%까지 치솟았다. 이미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기록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아직 4회 분량이 남아있는 데다 화제성이 연일 치솟고 있어 이대로라면 역대 비지상파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tvN '미스터 션샤인'과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깨비'까지 넘어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화제성 역시 주간 단위로 정상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각종 패러디물이 범람하고 드라마 내용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만 높은 드라마가 아니라 각종 이슈를 생산하며 '체감 시청률'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만큼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하는 드라마가 나온 건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이후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드라마
드라마 'SKY 캐슬'

#세련된 연출, 촘촘한 전개 눈길

'SKY 캐슬'은 강남의 호화로운 빌라를 배경으로 상류층의 욕망을 집중적으로 파헤쳐보는 드라마다. 이미 가진 것이 넘쳐나는데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위 계급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자식들을 'S.K.Y', 말 그대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고군분투가 잘 묘사돼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 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고자 전문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고 포트폴리오 관리에 치중하는 과정이 그려져 극 초반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어떻게든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 집안을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가로 만들려는 부모들의 욕심과 이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서로 충돌하며 극 전반에 강한 파장을 일으킨다. 고급을 지향하며 실제로는 그저 자신들의 상승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저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일삼는, 부모들의 속물근성이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등장인물이 가진 출생의 비밀과 죽음 등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요소까지 포함돼 보는 재미는 최대치로 올라간다. 염정아-김서형-윤세아-이태란-오나라 등 주요 여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정준호-최원영-김병철-조재윤 등으로 이어지는 남자 배우 라인이 각각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분량을 누수 없이 철저히 살려낸다. 여기에 김보라, 김혜윤, 찬희 등 아역들이 가세해 선배 연기자들과의 사이에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상류층의 속물근성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막장극의 재미요소'가 드러나기도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련된 연출과 편집 방식은 이 드라마를 '막장극'이란 틀 안에 머물도록 놔두지 않는다. 빛과 명암을 활용해 캐릭터의 특징과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화면을 크게 2분할한 뒤 시선의 반대 진영에 여백을 두는 등, 조현탁 PD는 시청자가 몇 개의 커트만 보고서도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강렬한 연출법을 선보인다. 앞서 '각시탈' '골든 크로스' 등 탄탄한 드라마를 집필했던 베테랑 유현미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비로소 그동안 쌓아둔 대중 드라마 작법 노하우를 대방출한다. 강한 인상을 남긴 1회부터 시작해 지금껏 16회가 방영되는 동안 어느 한 회차도 늘어짐 없이 몰입도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며 안방극장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자극적인 요소를 나열하거나 뻔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지 질질 끌고 가는 식의 전개는 이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좀 더 가지고 가도 될 법한 이목집중용 소재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털어버리고 또 다른 재미요소를 투척해 시청자들의 혼을 빼놓는다. 물론, 전체 사건 전개 과정에서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의 개연성이 부여된 건 아니다. 그러나 한번 이 드라마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은 절대 놓치지 않을 정도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굳이 인과 관계를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는다. 대중의 취향을 잘 아는, 작가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트렌디한 느낌의 미니시리즈가 아닌데도, 또 지금 젊은 층에 어필하는 톱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아닌데도 'SKY 캐슬'은 그저 내용 하나 만으로 화제성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남은 4회 분량이 방송되는 동안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는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기 유투버 박막례 할머니의
인기 유투버 박막례 할머니의 'SKY 캐슬' 김서형 패러디 장면.

#화제성 상승, 패러디물도 범람

'SKY 캐슬'의 화제성이 연일 상승하면서 명문대 입시 관련 이슈가 토론 소재로 부각되기도 했다. 방송사 메인뉴스와 유력 신문에서 드라마에 등장한 고액 명문대 입시 코디네이터의 실체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으며, 명문대에 집착하는 부모들의 심리와 현 대한민국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도 입시 코디네이터와 관련된 제보를 받는다는 글을 공식 SNS에 올렸다.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성공 가도에 오르기만을 강조하고, 이 과정을 거쳐 상류층에 진입한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사회 전반에서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새롭게 논쟁의 소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다각도의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을 정도로 많은 이슈를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SKY캐슬'에 등장하는 정준호의 캐릭터와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벌어진 극중 사건들을 두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희화화해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주장이다. 드라마 상에서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의사협회는 이 장면을 꼬집으며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동반해 항의해도 된다는 그릇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일어난 유사 사건과 드라마 내용을 은근히 연결시켜 여론몰이를 시도하기도 했다. 종종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때면 불거지는 일인데, 앞서 '힘쎈여자 도봉순'의 경우에도 서울 도봉구청이 극중 배경이 된 도봉구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드라마의 창작의도와 극중 거론된 직업군, 또는 극중 등장한 지역 지자체의 이해관계와 해석이 엇갈려 벌어진 일이다. 어쨌든 해석은 어떤 시점을 가졌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드라마의 화제성이 높다는 사실의 입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SKY캐슬'의 전개를 미리 점쳐 실제 극의 내용과 맞어떨어진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스포일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 상태에서 주말 내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정상에 'SKY캐슬 스포'라는 문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제작진이 화제성을 위해 일부러 스포일러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극이 후반으로 가는 동안 캐릭터들의 주요 대사가 유행어로 떠오르고 각종 패러디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갈머리를 찢어버릴라"라는 염정아의 대사가 화제가 되고 있으며,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김서형의 단호한 대사도 각종 패러디물에 활용되고 있다.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김서형 패러디 영상도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는 아예 '스카이캔슬'이라는 패러디 코너를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도 했다. 신봉선, 송준근, 김민경 등 개그맨들이 대거 출연해 드라마 내용을 패러디하는 코너다.

정달해(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