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본리동에 있는 달서시장은 바닥 곳곳에 늘어진 벽돌과 철근 등 공사 자재 탓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장에서 떡 장사를 하는 김모(47) 씨는 요즘 시장통이 이처럼 공사판으로 변한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매년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난데없는 시설 현대화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공사 탓에 시장 손님 발길이 뚝 끊겼고, 김씨의 떡집 매출도 전년 같은 달 대비 40%나 떨어졌다.
김씨는 "전통시장은 설과 추석 명절 장사로 일년 매출이 좌우된다. 왜 하필 이 시점에 공사를 벌이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설 대목을 앞둔 달서시장에서 '때 아닌' 공사가 한창이어서 상인들 원성이 높다.
달서구청과 달서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1월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에 국·시비와 민자 예산 등 26억5천400만원을 투입, 공모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 내 아케이드(빛을 투과하는 지붕)와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하수도 정비 등 공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공사 일정이 하나둘 늦어지면서 불거졌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후 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과 사업자 선정에 각각 3개월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설계만 마치면 공사 사업자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나, 공사 희망 업체의 결격사유 등을 확인하다보니 선정 시기가 늦어졌다.
애초 11월 예정이던 착공시기도 지난달로 밀렸다. 설계를 변경해야 하고 새해 인건비 상승 등 영향으로 공사비용도 조정했다는 이유다. 약 1년 만에 어렵게 첫 삽을 뜬 아케이드 설치 공사는 범위와 규모가 커 다른 공사보다도 최우선으로 마쳐야 하는 핵심 단계지만 16일 현재까지도 기둥 기초공사조차 끝내지 못했다.
상인들은 공사장에서 수시로 날리는 먼지, 곳곳에 널브러진 공사 자재 탓에 손님들이 이동에 불편을 겪는 등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인 박모(47) 씨는 "공사가 늦어진 탓에 설 대목 장사가 한창인 지금에야 이렇게 난리통이다. 시설 현대화도 좋지만 중요한 시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상인들 마음은 생각지도 않는다. 구청도 상인회도 배려라고는 없다"고 꼬집었다.
손님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5살, 8살 딸과 함께 시장을 찾은 백모(37) 씨는 "오랜만에 들렀다가 흙과 먼지로 뒤덮인 시장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그러잖아도 미세먼지 때문에 자녀 건강이 걱정되는데 가까운 마트에 가는게 나을 뻔했다"고 했다.
상인과 주민들 불만이 하늘을 찌르자 달서구청은 설 연휴 직전 공사를 잠시 멈추기로 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상인들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다. 오는 22일까지는 기둥 기초공사와 레미콘 작업을 마치고서 남은 공사를 잠시 중단한 뒤 설 연휴가 지나면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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