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경북도의회, 시도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 효과 '효율성 있나

2017년 대구시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와 관련, 사전 간담회를 개최했다. 매일신문 DB
2017년 대구시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와 관련, 사전 간담회를 개최했다. 매일신문 DB

대구시의회와 경상북도의회가 시도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속속 도입하고, 간부 공무원까지 확대를 검토하면서 '실효성'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기능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법적 한계가 분명한 시도의회 청문회는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시도의회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법 개정 등 관련 제도 보완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경상북도의회가 경상북도의 고위 정무직 공무원과 산하기관장 인사검증 대상 확대를 요청하고 나서 경북도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이 자리들은 과거 도지사 선거캠프와 공무원 출신의 전유물로 여겨질 만큼 '낙하산 인사' 관행이 되풀이 되던 곳이었다. 이에 경북도의회는 인사의 투명성과 전문성 제고를 명분으로 지난 2016년 12월 경북도와 인사검증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도의회 인사검증을 거쳐야 하는 대상으로는 경북개발공사와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 포항·김천·안동의료원 원장 등 5자리가 있다.

하지만 30여 개에 달하는 경북도 산하기관 숫자와 비교해 인사검증 대상이 너무 적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았다.

◆경북도의회 "인사검증 대상 확대해야"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경북도의회 제305회 정례회에서는 도의회의 인사검증 확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대일 경북도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경기와 강원도 등의 산하기관은 19곳에 불과한데 경북도 산하기관은 32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면서 "통·폐합과 기능조정으로 비효율을 개선하고 기관장 인사검증을 모든 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북도의회는 최근 인사검증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경북도와 협의 중이다. 도의회는 인사검증 확대 대상으로 경북경제진흥원, 경북신용보증재단, 경북체육회, 대구경북연구원 등 산하기관은 물론 경제부지사, 정무실장 등 고위 정무직 공무원으로까지 확대하자고 경북도 측에 제안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과거 일부 광역자치단체가 시행한 전례가 있는 경제부지사 인사검증은 고려할 수 있으나 도지사의 정무적인 판단을 반영하는 정무실장까지 인사검증 대상으로 하는 것은 '도지사의 인사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보고 있다.

경북체육회장은 현재 도지사가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겸직하지만, 관련 법안 개정으로 겸직이 금지될 예정인 탓에 인사검증의 실효가 없어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은 경북도와 대구시가 추천한 원장이 번갈아 선임되기 때문에 도의 추천 원장만 인사검증 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협력'의 맥락에서 대구시, 대구시의회와 함께 협의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경제진흥원과 경북신용보증재단은 기관장 인사검증 대상으로 선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구시의회 인사청문회 '맹탕'

"후보자의 입만 쳐다보는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는 지난 2017년 3년간 끌어오던 시 산하 5개 공기업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행에 전격 합의했지만 지난 3차례 청문회 때마다 '맹탕' 또는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시 인사청문회 방식은 대구시의회가 해당 지방공기업 기관장 후보자에 대해 인사검증을 끝마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대구시장이 최종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도시공사, 대구시설공단, 대구환경공단, 대구의료원 등 5개 기관장 후보다.

그러나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당선된 지자체장은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인사청문회의 위법 논란이 여전하다.

게다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청문 대상자들에게 요구되는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고, 광역의원은 국회의원처럼 면책특권이 없어 명예훼손 위법성에 휩싸이기 쉽상이다.

2017년 7월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처음으로 열릴 당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했다. 부실 자료에 부실 검증, 법적 한계가 맞물리면서 후보자 입만 쳐다보는 맥빠진 청문회가 된 것이다.

당시 후보자는 74쪽짜리 자료집을 제출하면서 같은 내용을 3쪽이나 중복해 부실 자료 논란을 빚었다. 청문위원들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도 청문회 하루 전에야 도착해 검증 시간이 부족했다.

청문위원들의 부실 검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증에 나선 7명의 위원 중 상당수가 같은 질문을 남발했다.

후보자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누차 말씀드린 부분으로" 등으로 중복 답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후 2017년 10월 대구의료원장, 2018년 6월 대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인사청문회에도 맹탕 청문회 논란은 이어졌다.

각 위원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나마 대부분의 질문이 후보자 자질검증이나 능력, 도덕성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인사청문회는 부적절한 시기로 비난을 면치 못했다. 불과 10일후면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시의회를 구성하는데 임기말 시의회가 청문회를 개최하면서 부실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대구시 및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맹탕, 부실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관련 규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청문 질문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특권과 충분한 자료 제출, 인사청문회 결과의 법적 구속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사검증 실효 있을까?

경북도의회가 인사검증 대상 확대에 나섰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의 꼬리표가 달린다. 의회가 인사검증위원회 회의를 거쳐 찬반 의견을 담은 인사검증보고서를 채택하더라도 반대 시 강제성이 없어 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경북개발공사 사장 선임을 위해 인사검증을 진행했고 도의회 인사검증위원회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지만, 도지사는 그대로 임명했다. 그러다 보니 이어진 포항·안동의료원장 인사검증회의는 세간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낙마 사례도 없었다.

무분별한 인사검증 대상 확대가 도지사 인사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전문성을 갖췄지만 인사검증 대상으로 선정돼 도의원과 언론, 주민 앞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워 자리를 고사하는 후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도의회는 '인사검증을 거치면 더 자신감을 갖고 직무를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문성과 도덕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물망에 오를 경우 자신을 돌아보고 지원을 포기해 부적격자를 사전에 걸러주는 간접 효과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인사권자가 부적격 판단을 내린 인사를 임명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더라도 도의회가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이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에 남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판단한다.

경북도의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낙하산 인사'의 임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도청 고위 정무직 공무원과 산하기관장 인사 검증 대상을 확대하면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 임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