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새롭고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이러한 기대 중에는 분명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우리 지역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새해 소망을 물어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필자는 작년 11월 말 경북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들과 함께 캄보디아 푸삿(pursat) 지역으로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들은 모두 17명이었고 이들은 보웡, 몰리똘왓, 몰리트롤밧 등의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유치원 등에서 땀을 흘리며 다양한 교육봉사 활동을 주도하였다.
제법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결혼이민여성들의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와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과 모국의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혼이민여성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스태프들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하루하루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였다. 특히 교육봉사 마지막 날, 몰리트롤밧 초등학교에서 만났던 맑고 큰 눈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도 강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그날은 계획된 교육봉사 활동이 모두 끝나자, 교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손에 다양한 색깔의 큼지막한 바람개비가 들려 있었다. 곧이어 아이들은 새 가방과 바람개비를 들고서 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함께 뛰어가는 아이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나 온통 마음은 바람개비에 쏠려 있었고 이들의 마음을 아는 듯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는 힘차게 돌고 돌았다. 드넓은 들판에 아이들과 바람개비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였다.
봉사 활동을 모두 마치고 봉사단장은 주인공이었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이번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물었다. 이들 대부분은 모국 봉사를 하면서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모국의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기를 소망하였다. 이와 함께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더 큰 자신감과 더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다.
물론 이번 봉사 활동의 프로그램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제공했던 낯선 음식, 바로 김밥이 당혹감을 주기도 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김밥을 처음 보아서 그런지 잘 먹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을 벗겨내고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들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여성들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문화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용어는 제법 친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아직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새해에는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이민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다문화가족들이 우리 이웃으로서 정당하게 존중받고 아무런 편견이나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무지갯빛을 그리며 아름다움을 연출하듯이 다문화가정이라는 차별을 넘어 우리 형제이며 이웃으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무지개 세상을 새해 소망으로 그려본다.
배상식 대구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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