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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비만에 대한 오해와 밝혀진 진실

프랑스의 인류박물관 인형

비만에 대한 오해와 밝혀진 진실

잘 생긴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냥 웃음이 난다. 그런데 미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서도 달랐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나는 여인상의 모습은 날씬하지 않고 살찐 여인의 모습이다. 또한 중국 상해박물관에 있는 당나라 시대의 당삼채 토기인형을 봐도 뚱뚱한 몸매를 가진 여인들 모습이다. 이처럼 옛날 유럽과 중국에서는 풍만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미인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미스코리아와 같은 날씬한 몸매를 가지기 위해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군다나 미학적인 목적이 아닌 건강을 되찾기 위해 살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일컫는 '비만'. 최근에서야 밝혀진 비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짝 들여다보자.

프랑스의 인류박물관 인형
프랑스의 인류박물관 인형

뚱뚱한 것이 병?

"비만은 병입니다!"라는 말이 세미나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2018년에 열린 비만예방 심포지엄에서 비만 전문가가 마이크를 잡고 힘주어 비만이라는 병에 대해서 설명했다. 예전에는 뚱뚱한 사람을 미인이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는데 좀 뚱뚱하다고 병이라고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이미 1996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과학적으로는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비만이라고 하지 않는다. 비만이란 우리 몸속에 너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체지방이 쌓여있는 것을 말한다. 비만이라는 병을 진단하는 방법에는 체질량지수, 생체전기저항측정법, 내장지방기준, 허리둘레기준 등이 있는데 체질량지수를 보통 많이 사용한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값이 25를 넘으면 비만이라고 한다.

비만 자체로도 심각하게 건강에 해롭지만 비만 때문에 생기는 여러 질병들을 보면 정말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비만 때문에 생기거나 비만과 관련 있는 질병에는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 인슐린저항성, 이상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경색, 고혈압, 위식도역류, 폐색전증, 불임, 난소암, 치매 등 많다. 이처럼 비만은 심각하게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몸속 세균들.왼쪽부터 충치를 생기게하는 뮤탄스균,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위궤양균,여드름을 생기게하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이.
프랑스의 인류박물관 인형

밝혀진 비만의 원인들

그럼 비만은 왜 생기는 걸까? 뚱뚱한 사람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된 선입관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가장 기본적인 비만의 원인은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다 쓰지 않고 남기기 때문에 이것이 쌓여서 비만이 된다.

비만의 원인이 이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은 여러 원인들이 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만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되며 음식섭취, 영양, 운동, 환경오염, 흡연, 호르몬, 장내 미생물, 바이러스 등으로 다양하다는 것이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학술지에 2006년에 보고되었다. 이제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거나 아무리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조금 이해된다. 바로 음식섭취는 비만의 여러 원인들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몸속 세균들.왼쪽부터 충치를 생기게하는 뮤탄스균,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위궤양균,여드름을 생기게하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에크이.

장내 세균이 비만을 만든다?

비만은 사람이 아니라 세균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마치 남 탓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세균이 무슨 짓을 한 걸까? 우리는 똑 같은 밥 한 공기씩을 두 사람이 먹으면 똑 같은 양의 에너지가 그 두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자동차마다 연비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음식을 소화해서 에너지로 흡수하는 효율이 다르다. 바로 이 과정에 세균이 관여한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대학 제프리 고든 교수팀은 에너지를 더 많이 얻도록 만드는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에 대한 연구결과를 2006년에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우리 몸의 장내 세균은 퍼미큐티스(Firmicutes) 문과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문으로 나뉘는데 뚱뚱한 사람은 퍼미큐티스 문에 속하는 세균을 많이 가지고 있고 날씬한 사람은 박테로이데테스 문에 속하는 세균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연구에서 밝혔다.

이후 중국 상하이자오퉁대학교 리핑자오 교수팀은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도록 하는 비만 세균인 엔테로박터를 연구하여 2013년에 네이처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장내 세균이 비만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비만과의 전쟁

전 세계는 지금 비만과의 전쟁 중이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OECD 평균 비만율이 19.5%나 된다. 성인 5명 중에 1명이 비만이다. 미국이 가장 심하고 멕시코, 뉴질랜드, 헝가리, 호주 등이 상위권에 속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낮은 편이지만 성인 비만율이 2016년에 34.1%이며 남성은 42.3%이고 여성은 26.4%라고 질병관리본부가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심각해지자 2004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각 나라에서 비만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TV에서 탄산음료 광고하는 것에 세금을 부과하고 학교 내에 자판기 설치를 금지했다. 영국은 학교 자판기를 밀크-바 코너로 바꾸고 걷기와 채소 섭취 장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도 학교 내에 패스트푸드 체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비만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연'과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실천에 옮긴다. 작심삼일의 힘겨운 고비를 넘어 다이어트에 성공하더라도 요요현상으로 다시 다음 해의 새해 소망이 되곤 한다. 지금까지 단순히 굶거나 음식섭취를 조절하는 것으로 다이어트를 해왔다면 이제 최근에 과학자들이 밝혀낸 비만의 다양한 원인들을 함께 고려하여 실천하면 어떨까? 또한 비만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릴 때에 비만인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만예방 교육이 중요하다는 비만 전문가들의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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