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 쓰레기 산' 언제·어떻게·왜·얼마나 쌓였나

주민 생활 불편 호소

한 달 이상 불타고 있는 의성군 단밀면에 한 폐기물업체의 쓰레기 산. 폐기물 더미 내부의 광범위한 부분에서 심부화재가 진행되고 있어, 불씨를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한 달 이상 불타고 있는 의성군 단밀면에 한 폐기물업체의 쓰레기 산. 폐기물 더미 내부의 광범위한 부분에서 심부화재가 진행되고 있어, 불씨를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의성군 단밀면의 속칭 쓰레기 산 처리를 두고 경북도와 의성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만여t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려면 500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산'은 언제부터, 어떻게, 왜 이렇게 쌓였을까.

◆언제, 어떻게, 왜?

쓰레기 산의 주인(?)은 ㈜한국환경산업개발로 이 업체는 의성군으로부터 폐기물재활용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폐합성수지와 폐섬유, 폐고무류 등 폐기물을 사들여 고(체)형연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로, 사업장 면적은 4만㎡다.

이 업체는 2008년 4월 분쇄 등을 통해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전 단계로 만드는 중간재활용업(허용 보관량 1천137t) 허가를 받아 최초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7월 폐기물로 고형연료까지 만드는 종합재활용업(허용 보관량 1천20t) 허가를 받아 총 허용 보관량은 2천157t이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쌓여있는 폐기물은 17만3천여t에 달할 것으로 의성군은 추정하고 있다. 허용 보관량의 80배에 해당하는 양으로, 부피는 23만442㎡에 달한다.

폐기물이 업체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6년 초로 추정된다.

의성군은 이때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 6개월에 걸쳐 폐기물이 대량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4, 5년 전에는 폐기물이 많이 쌓이지 않았는데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산으로 변했다"고 했다.

환경부와 경북도 등은 이 폐기물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규모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가 중간수익을 남긴 뒤 재활용 업체에 위탁하고, 해당 업체는 돈을 받고 폐기물을 반입시킨 뒤 방치하는 식이다.

업체 측이 폐기물을 고형연료 등으로 만들어 처리해야 하지만, 고형연료 판매시장 위축 등의 이유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 폐기물 반입으로 돈을 남긴 셈이다.

의성군은 이 업체에 대해 20여 차례에 걸쳐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와 형사고발을 하며 대응했지만, 쓰레기가 산을 이루는 것을 막지 못했다.

군은 해당 업체의 중간재활용업과 관련, 2014년 이후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3회, 고발 2회 등 조치를 한 뒤 지난해 8월 허가를 취소했다. 종합재활용업에는 고발 4회, 과태료 1천만원, 과징금 2천만원을 처분했고 7번에 걸쳐 영업정지 조치를 했다.

◆악취와 먼지, 연기까지…주민 고통 극심

쓰레기 산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먼지 때문에 극심한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창문을 열 수 없고, 편하게 빨래를 널지도 못한다"고 호소한다.

최근에는 쓰레기 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차가 출동, 불을 끄기 위해 폐기물 더미를 뒤적이고 있어 악취와 먼지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북소방본부는 폐기물량이 워낙 많아 "완전 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김정은 생송2리 이장은 "평소에도 악취와 먼지 때문에 생활 불편이 심각한데 화재로 심한 연기까지 나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쓰레기 산에서 불과 800m 거리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 '침출수로 인해 강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도와 의성군은 폐기물 더미 주변에 수로를 만드는 등 침출수 방지에 나섰다.

◆폐기물 쓰레기 처리할 방법 없나

의성군은 이들 폐기물 처리 방법으로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은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의성군은 구체적인 처리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내달 말 결과가 나오면 군 예비비 16억7천만원을 확보해 허가가 취소된 폐기물 2만1천t을 우선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할 전망이다.

의성군은 t당 폐기물 처리비용을 30만원으로 환산했을 때 500억원이 넘는 뭉텅이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북도와 의성군은 폐기물 처리를 위한 국비 예산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도는 21일 환경부를 방문, 올해 전국 방치폐기물 처리를 위해 확보된 국비 58억 중 30여억원을 의성군 쓰레기 산 처리를 위해 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도는 쓰레기 산이 낙동강과 인접해 강물 오염이 우려되는 데다 지속적인 화재로 인한 연기 등으로 주민 고통이 심각해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와 군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발생한 비용은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을 생각이다.

하지만, 2017년 말 업체 대표가 바뀐 상태인데다 재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폐기물 처리 비용 모두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체가 설립 당시 보증보험회사에 가입한 이행보증금은 중간재활용업 1억6천300만원, 종합재활용업 1억5천500만원으로 폐기물 처리 비용에 비해 턱없이 적다.

경북도 관계자는 "방치 폐기물 발생에 대비해 폐기물처리업체에 요구하는 이행보증금액이 실제 처리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실제 처리 비용을 반영한 이행보증금액 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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