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 사진에 담긴 인연…캠핑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나는 사진

어머니 찍은 사진 뒤쪽에 풀을 뜯던 소들…지금의 남편과 만나게 될 인연이었나

1979년 안동 암산유원지 인근에서 캠핑 중인 서유진 씨 가족의 모습. 뒤쪽으로 소 두 마리가 보인다.
1979년 안동 암산유원지 인근에서 캠핑 중인 서유진 씨 가족의 모습. 뒤쪽으로 소 두 마리가 보인다.

안동에서 살고 있는 40대 주부 서유진 씨의 1979년 사진이다.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응모전 입선작이다. 암산유원지 인근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에 찍힌 이는 유진 씨의 어머니다. 산과 강, 낚시, 캠핑을 좋아했던 유진 씨 가족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캠핑을 떠났다고 한다. 워낙 여러 곳을 여행하던 터라 그곳이 어딘지 사진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 옛 사진의 주인공은 유진 씨 가족이 아니다. 풀을 뜯고 있는 소 두 마리다. 유진 씨 가족은 여느 때처럼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암산유원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외딴집이 있는 곳 부근이었다. 텐트를 치고 1박 2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40년 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친정에서 옛 기억을 살려주는 캠핑 사진을 발견한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식사 준비 중이던 유진 씨의 어머니 뒤쪽으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들이 풍경처럼 함께 나왔다. 문득 사진을 보던 남편이 소리쳤다.

"어~ 이거 우리 소다!"

유진 씨 가족이 텐트를 쳤던 외딴집은 남편이 유년시절을 보낸 집이었고, 남편은 키우던 소들을 집 앞 뜰에 메어놓았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데려왔다는 거였다. 그 인근의 유일한 집이었고, 그 당시에 소를 키운 집도 남편 집밖에 없었다는 얘기였다.

오래 전 사진 덕분에 무심결에 스쳐도 몰랐을 인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는 유진 씨.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암산의 풍경에 빠졌던 아버지가 아니었더라면 남편을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감사하고 그리워지는 사진이라며.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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