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구 토박이 중에 토박이다. 학교도 모두 이곳에서 나왔고 60년 가까이 수성못 부근을 서성대며 살아가고 있다. 어딜 갔다 동대구역에만 들어서면 푸근하고 편했던 대구가 어느 날부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그들의 미래를 생각할 무렵부터였다고 기억한다.
그 후로 대구는 바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변화의 대구'를 기획하고 칼럼을 통해 그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필력이 모자라서인지 늘 메아리는 신통찮았다. 여전히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구호는 따분했고,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은 지루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그냥 흰소리요, 한가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지역 정서에 기대어 대구는 그렇게 서서히 늙어갔고 젊은이들은 대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끼리끼리 살아가는 '섬'이 되고 말았다.
대구에 대한 관심을 접기 시작했다. 짝사랑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지역 출신 언론인들이 모여 시사종합잡지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누가 얼굴을 내고 싶어 하는구나'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일 하나 더 만드는구나' 정도로 짐작했다. 더구나 돈을 받고 파는 유가지라니….
뒤늦게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첫날, 책을 만들려면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접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대구의 답답함을 덜어주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대구의 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잡지의 존재 이유가 없었다. 창간호에 '대구를 발가벗겨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구 정신은 사라지고 '꼰대의 도시' 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 보자는 기획이었다. '우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며 '새로운 길'의 모색이었다.
창간 특집에서 보듯, 이 잡지의 목표는 대구를 바꾸려는 노력에 있다. 그리고 대구경북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오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능력 있는 인물에게 기회를 주고, 창의력이 살아 움직이고, 아이디어가 펄떡펄떡 뛰는 뇌가 섹시한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당연히 능력 없는 인물은 꿈을 접게 하고, 안주하는 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고, 지역 정서와 학연 등으로 자리 보전하는 이들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 지역의 장점은 아주 살리고 잘못된 점은 고쳐 나가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잘못된 결정은 바로잡고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나아가 세련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도시, 안목이 성장하는 도시를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대구의 귀중한 자산인 혁신의 정신, 애국의 정신을 살려나감은 물론이다.
퇴직 언론인들이 모여 'its'라는 시사종합잡지를 만든다고 하자 많은 이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잡지, 선배들에게는 '역시~'라는 소리를 듣는 시사종합잡지 its를 만들고 싶다. 대구경북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잡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잡지가 또 하나의 쓰레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켜봐 주길 바란다. 그런데 솔직한 마음은 응원받고 싶고 관심 얻고 싶다. 그것도 아주 많이.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단독] 김민석 子위해 법 발의한 강득구, 金 청문회 간사하려다 불발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李대통령, 취임 후 첫 출국…G7 정상들과 양자회담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