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면보고가 아니라 대통령을 오도(誤導)하는 보고가 문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서진들에게 대통령 대면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노 실장이 취임 후 업무를 살펴본 결과 국정 운영과 정국 구상을 위한 대통령의 시간 확보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노 실장은 이런 지시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검토하는 보고서의 내용 등 총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에 대한 비서진의 보고가 많고 적고는 문제가 아니다. 보고가 많아도 내용이 부실하거나 사실과 동떨어졌다면 대통령을 오판으로 이끌 수 있다. 같은 논리로 보고가 적어도 내용이 알차고 현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면 대통령에게 국정을 잘 운영하기 위한 생각할 시간을 더 많이 벌어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는데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년 고용률은 사상 최대"라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 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42.7%로, 2000∼2007년의 43∼45%보다 낮았다.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데도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세계가 우리의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로 세계 평균(3.7%)은 물론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12배 이상 큰 미국(2.9%)보다도 낮았다. 문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이런 사례들 말고도 숱하다.

이런 사실은 문 대통령이 정확한 보고를 받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판단의 근거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무직자 등을 뺀 소득 통계였다는 것은 이런 의심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대통령 대면보고가 많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이렇게 대통령을 오도하는 보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보고의 진실성을 가려내는 대통령의 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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