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소 청소년 꿈과 희망, 자립능력 두루 키워 주는 대구 애생보육원

2006년 이후 세운 내부 학습지원 방침, 입소생 탈선 막고 마음 돌보며 자존감 키워 줘

김철민(18·가명) 군은 유년시절 한때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온 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혼자 힘으로 자녀와의 생계를 유지하기 버거웠던 어머니는 김 군이 12살 되던 해 그를 대구 애생보육원에 보냈다.

갑작스레 혼자가 되면서 공부와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김 군을 애생보육원은 친자식처럼 돌봤다. 매주 교육봉사를 오는 전직 학원강사들을 붙여 뒤처진 학교 수업에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성적 향상과 함께 자존감을 되찾은 김 군은 지역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로 줄곧 심화반(성적 상위권 학생 교육반)에 들 만큼 뛰어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군은 "보육원 선생님들처럼 나도 어린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구 애생보육원이 입소 청소년의 꿈과 희망, 자립능력 두루 키워 주는 유·청소년 사회복지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애생보육원은 1957년 중구 대봉동에 문을 연 이후 1970년 현 검사동으로 이전했다.

이곳에는 올해 1월 현재 유치부에서 대학부에 이르는 입소생 29명이 생활한다. 입소생들은 가족으로부터 관심받지 못했거나 가정폭력을 겪었고, 일부는 지체장애나 심리불안,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을 앓고 있다.

2006년 부임한 이종영 원장은 입소생들을 외부 학원에 보내지 않고서 보육원에서 직접 돌보고 가르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학습실 확충, 자원봉사 외부강사 영입 등을 실천에 옮겼다. 애생보육원은 전국 250여 개 보육시설 최초로 삼성 스마트스쿨에 선정, 교육용 전자기기를 지원받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입소생들은 보육원 출신 꼬리표, 낮은 자존감, 뒤처진 학습속도 등을 하나 둘 극복하며 놀라운 성과를 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보육원을 떠난 입소생 20명 중 16명이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이들은 육군 대위, 해군 부사관, 간호사, 영화배급사, 대기업 등에 취업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현재 시설생활을 하는 중·고등학생 14명도 학교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여느 친구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

이 원장은 "함께 근무하는 15명의 직원들이 없었다면 결코 일궈내지 못했을 소중한 결과다. 교통비 수준의 적은 보수만 받고 교육 봉사에 나서 준 외부 강사들도 아이들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이종영 애생보육원 원장은 2006년 이후 세운 내부 학습지원 방침을 통해 입소생들의 탈선을 막고 마음을 돌보며 자존감을 키웠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종영 애생보육원 원장은 2006년 이후 세운 내부 학습지원 방침을 통해 입소생들의 탈선을 막고 마음을 돌보며 자존감을 키웠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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