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조해주 앉히고 중앙선관위 장악하려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지명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함께 조 위원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이렇게 여야 대치가 격화되면서 2월 임시국회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이런 사달의 원인 제공자는 문 대통령이다. 조 위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를 지냈다. 민주당이 2017년 9월 발간한 대선 백서에 조 위원이 '공명선거 특보'로 올라 있다. 이런 전력의 인사를 선거 업무를 관장하는 헌법기관으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생명인 중앙선관위의 위원으로 지명한 것부터 문제다. '중앙선관위 장악 의도'라는 의심을 불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2016년 총선 당시 선거방송심의위 부위원장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심의를 했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는 이런 의심을 잘 뒷받침한다. 조 위원 임명 강행을 두고 중앙선관위 내부에서 "작년 4월 선관위가 김기식 금감위원장 후보자의 '셀프 후원' 의혹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시 선관위 판정에 여권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조 위원 임명 강행을 "부정선거도 획책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비판이 과장이나 비약(飛躍)으로 들리지 않는다.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애초에 인사청문회를 열 '거리'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이런 판단은 합리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존중해 지명을 철회해야 했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라면 문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까. 지금 야당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 결과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직책에 지명된 인사가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읽히는 것은 '불통'을 넘어 헌법기관도 수하(手下)에 두겠다는 제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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