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영업자로 살아남기.. 에그스토리 김진수 씨

엔지니어에서 오프라인 의류매장 대표로 변신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서 옷가게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서 옷가게 '에그스토리'를 운영하는 김진수(34) 씨.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는 유독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곳이다. 대구에서 살아남은 업체는 어떤 지역에서도 성공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자영업자도 많다. 이들은 참신한 사업 아이템과 철저한 준비를 토대로 '자영업 격전지'에서 살아남았다. 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어려운 지금, 성공과 실패담을 통해 자영업의 희망을 꿈꿔본다. 〈편집자 주〉

해외 직접구매(직구)는 이미 수년 전에 대중화됐다. 방법과 노하우가 널리 알려지면서 직접 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다. 자연스레 국내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백화점, 아울렛 등 대형 유통기업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용감하게도 동네 옷가게를 차린 청년이 있다. 그것도 해외 직구로 들여온 일본 패션 아이템을 다루는 매장이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에그스토리'를 운영하는 김진수(34) 씨 얘기다.

에그스토리 매장에는 이세이미야케, 플리츠플리즈 등 일본에서 유행하는 브랜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가 직접 일본에서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판매한다. 김 씨가 직접 일본에 가서 한국에서도 유행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매장에 내놓는 식이다.

김 씨는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인기를 끌 만한 아이템을 찾느라 반년 가까이 일본에 꼬박 있었다"며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들여와 파는 일일 뿐이지만 고가이다보니 재고 부담이 크다. 공부가 필요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던 김 씨는 2015년 자영업을 결심했다. 워낙 대기업 생활이 치열했던데다 해외 주재원 생활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 김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가 은퇴하면서 같이 조명가게를 차리기로 했다. 고향에서 가족과 장사하는 것도 행복할 것 같아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하지만 개점을 준비하던 김 씨의 부푼 마음은 이내 좌절로 바뀌었다. 아버지가 병으로 작고하면서다. 이미 직장도 그만둔 상태에서 홀로 남은 김 씨로서는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그는 아버지 도움 없이 혼자 조명가게를 꾸려나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옷가게로 업종을 바꿨다.

김 씨는 직구족이 넘치는 시대에 가게가 자리 잡은 이유로 소통을 꼽았다. 손수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제품 장단점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씨의 블로그 방문자는 32만명을 넘어섰다. 구독자 수도 5천명을 헤아린다.

김 씨는 "직구족도 많고 구매대행을 해주는 사이트도 적잖아 주변에서는 다 망할 것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넘쳤다.

"거품 뺀 가격, 친절한 안내는 신뢰라는 큰 자산으로 돌아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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