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예산 써야 하는데…'예타 면제'", "경제성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국에 선심성 사업 남발 우려", "지자체들 '수요 뻥튀기'…예타 통과한 사업도 실패 수두룩", "예비타당성 원칙까지 흔드는 현 정권의 '예산 짬짜미'".
서울의 언론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서울 소재 언론사들이 대규모 공공사업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을 두고 쏟아낸 제목들이다. '논란'이란 중립적 표현을 했지만, 내심 딴지를 걸고 있다. 29일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발표(시·도별로 1건씩 면제 대상을 선정할 것으로 관측)를 코앞에 두고 말이다.
이들 언론은 전국 광역지자체의 신청 사업이 33건으로, 60조~7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은 혈세 낭비,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논조다. 여기에 예타 면제의 대표적 실패작(4대강 사업·영암 포뮬러1 경주장), 수요 뻥튀기로 예타를 통과한 사업(지방 13개 고속도로)까지 덧붙였다.
물론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마땅히 이런 지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 언론은 예타 면제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했다. 지방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 지자체의 절박한 심정을 다룬 기사는 없었다. 오히려 서울 언론은 예타 면제를 '지역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 편승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세금을 쌈짓돈처럼 끌어 쓰는' 행위로 폄훼했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공공사업의 사업성을 미리 조사하는 제도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방의 SOC 사업은 인구 부족 등으로 예타를 통과하기 힘들다.
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타 면제 사업을 검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전지역 경제인 간담회에서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비타당성 조사가 수월하게 통과된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경제성보다는 균형발전에 배점을 많이 하도록 기준을 바꿨음에도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의 SOC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방은 가뭄 끝에 단비처럼 예타 면제 사업을 환영했다. 또 지자체들은 사업이 선정되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도 모두 4건의 사업(▷대구산업선<서대구~달성국가산단> 철도 건설 ▷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포항~삼척>, 동해중부선<포항~동해> 복선전철화)을 신청했다.
지방의 대형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서울 언론의 논조는 새삼스럽지 않다. 서울 언론은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도 '지방공항 무용론'과 '국론 분열'을 내세워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언론은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생각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를 '언론의 의제설정(議題設定) 기능'이라고 부른다. 서울 언론은 대한민국의 여론을 쥐락펴락한다. 심지어 지방민들에게 서울의 배수관 터지는 일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의 빅3 신문사의 절반 가까운 독자가 비(非)수도권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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