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기해년 새해 아침에 바라본 한반도 풍향계

장동희 새마을 세계화재단 대표/전 주 핀란드 대사

장동희 새마을 세계화재단 대표/전 주 핀란드 대사
장동희 새마을 세계화재단 대표/전 주 핀란드 대사

북핵 해결 없이 한반도 평화는 없어

北, 中·러와 관계 공고히 해가는데

한국은 美·日과 사사건건 불협화음

신뢰 회복·협상 과정 긴밀한 협의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교환과 스웨덴 미북 실무회담 개최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방남에 대한 기대와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해년 새해 한반도 풍향계는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러고는 미 대통령과 회담할 용의가 있으나,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협박성 발언도 덧붙였다. 즉,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 보유국 지위를 천명하며, 미국에 핵 군축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김정은은 또한 "외세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핵우산 철폐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편, 4차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 이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던 지난 1월 초 김정은이 방중함으로써 북중 간 사전 조율이 정례화되는 모양새다.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은 "조선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하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북한에 대한 지지를 확실히 하였다. 2017년 후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중국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은 또한 러시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외무성 부상을 파견한 데 이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서 러시아와의 실무 협상도 진행했다.

이에 반하여, 우리 측 사정은 여러 면에서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한미 동맹도 옛날 같지 않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미국 측이 수차례 불만 표시를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서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항의까지 하였다. 방위비 분담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12월 말 시한을 넘기면서, 방위비 분담 협상과 주한 미군 철수 연계설까지 나돌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다. 위안부 합의 파기로부터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과 뒤이은 강제집행 판결, 해상에서의 레이더 조준 논란과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 등으로 양국 관계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과거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형성된 구도는 일반적으로 3(한·미·일)대 3(북·중·러)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북한이 잇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9월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중국과 러시아까지 대북 제재에 적극 가담하면서, 이 구도는 1(북)대 5(한·미·일·중·러)로 바뀌었다. 그러나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4차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을 거치면서 북한과 중, 러의 관계는 공고화되는 반면, 한·미·일 관계는 삐꺽거리며 각개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조야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CBM 폐기와 핵 동결 수준에서 북한과의 핵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리로서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신뢰 회복과 협상 과정에서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운명공동체다. 북핵 문제 해결 없는 한반도 평화는 허구다. 한·미·일 간의 긴밀한 공조 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긴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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