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암 이라고요?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의 해'가 힘차게 시작되었다. 일반 대학교수는 1~2월이 학생들 겨울 방학 기간이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의과대학 임상교수는 이때가 환자가 많은 시기로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 대부분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인 검사나 진단을 받고 전원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대학병원은 중증환자, 특히 암과 관련된 환자가 많다. 이런 경우 의사는 암 판정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많다. 과거에 암환자 보호자들은 의사에게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암이라고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암은 불치병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부탁을 한 것 같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암에 관하여 많이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잘못 전해들은 암 정보로 인하여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암 치료 비법을 찾아 헤매며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으로 해를 입고 오히려 병이 악화되는 안타까운 사정들을 볼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 암 환자는 얼마나 되며 평균 생존율은 어떠할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 30명에 한 명(3.4%)이 잠재적으로 암과 함께 살아가는 '암 유병자'이다. 1999년 이후 암에 걸린 사람 중 2017년까지 생존이 확인된 암 유병자가 174만명 정도이다. 이 숫자는 국내 만성질환 환자 중 심장질환 환자보다 많고 당뇨병 환자보다는 적은 규모이다. 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이 빠른 속도로 '불치병'의 영역에서 빠져나와 조기에 찾아 평생 관리하는 또 하나의 '만성질환'으로 변하고 있다.

암 진단 후 5년 이상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판정하는데, 실제로 암 진단 후 5년 넘게 생존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 2016년 처음으로 암 유병자의 절반(52.7%) 이상 차지하고 있다. 암 환자 5년 상대 생존율도 2005년 54%에서 2016년 70.6%로 올랐다. 5년 상대 생존율이 100%가 되면 암 환자가 일반인과 똑같이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평생 살면서 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현재 기대수명(82세)까지 살 때 암에 걸릴 확률은 36.2%라고 한다. 남자는 5명 중 2명(38.3%), 여자는 3명 중 1명(33.3%)이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결국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하여 암 발생도 증가한다.

인간에게 발생하는 암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암을 일으키는 주요 요소는 노화 과정의 일부이기는 하나 흡연과 식이요인, 감염 등이다. 그 밖에도 직업과 유전, 음주, 환경요인 등이 일정 부분 관여한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가장 큰 힘은 '조기진단'과 암 치료기술의 발달이다. 암은 적절한 생활습관과 정기검진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암은 불치병이 아니라 완치가 가능한 만성병으로 인식할 때이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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