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악 전문 공연장 하나 없는 유네스코 창의음악도시 대구

공연장에 음악을 맞추는 국악인들

지난해 서구문화원 초청으로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 장면. 서구문화원 제공
지난해 서구문화원 초청으로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 장면. 서구문화원 제공

대구가 전통 공연장을 비롯해 우리 고유의 것을 내세울만한 인프라를 거의 갖추지 못해 '유네스코 창의음악도시'를 무색케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각종 공연장이 서양음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국악인들이 공연장 환경에 연주를 맞춰야 하는 바람에 공연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악의 정체성 마저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악 애호가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국악인을 배출하고 있는 대구에 국악 전문 공연장을 만들어 국악의 완성도와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대구에는 2017년 말 기준 51개 공연장(공공기관 운영 18개, 민간 운영 33개)이 있다. 하지만 이 공연장 대다수가 오페라와 클래식 등 서양 음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국악은 설 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 국악인들은 전문 공연장 부재로 대구의 국악 공연이 완성도에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양음악 위주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국악 공연의 기본이 되는 병풍, 방석, 돗자리 등 거의 모든 소품을 연주자가 직접 준비하고 설치해야 한다는 것. 음향과 조명기기도 서양 악기 위주로 설치되어 있어 국악기의 소리를 제대로 구현할 수조차 없다.

심지어 국악기 연주자들이 서양음악 공연장에 맞춰서 악기나 연주법을 개량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악 공연 준비는 부실할 수밖에 없고, 공연 완성도 저하를 넘어 국악의 정체성까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한 가야금 연주자는 "가야금의 경우 줄을 튕긴 뒤 울리는 소리를 가지고 노는 것이 고유의 연주법인데, 서양음악 공연장에서는 울리는 소리를 구현할 수 없다."며 "연주 때는 아예 울리는 소리를 사용하지 않도록 공연장에 맞추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대구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전통 타악기 연주자 최병길씨는 "독주회를 하려면 직접 트럭을 빌려 소품을 옮겨야한다. 연주자가 아닌 인부가 돼야한다"며 "국악 전문 공영장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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