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이 든 고양이가 갑자기 활력이 넘치고 살이 빠진다면?…질병 의심돼요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 갑상샘항진증(FHT)

고양이 갑상샘항진증으로 인한 신체 변화 (좌측:건강할 때, 우측:푸석해진 털과 체중감소) 사진출처: https://phys.org/news/2016-05-guidelines-hyperthyroid-cats.html
고양이 갑상샘항진증으로 인한 신체 변화 (좌측:건강할 때, 우측:푸석해진 털과 체중감소) 사진출처: https://phys.org/news/2016-05-guidelines-hyperthyroid-cats.html

나이 들어 얌전했던 고양이가 갑자기 활력이 넘치고 잘 먹지만 살이 빠진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FHT·feline Hyperthyroidism)을 의심하여야 한다. 이는 10세 이상 고양이에서 다발하며 고양이 내분비계 질환 중 가장 흔히 관찰되는 질병이다.

갑상선(샘)은 목의 기관지 양쪽에 위치하는 작은 분비선으로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여 체온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율한다.

사람의 경우 갑상샘이 항진되면 갑상선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내며 덥고 땀이 많이 나며, 과도한 영양 소모로 인해 체중이 줄고, 자율신경 기능이 흥분되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며. 정신적으로 신경질적이 되고 불안감이 고조된다.

고양이 갑상샘항진증 증상은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 대표적. 그러나 잘 먹음에도 체중이 줄고, 과도하게 활동하며, 과식으로 인한 구토와 설사가 동반되고, 울음소리가 변하며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만성화되면 털은 푸석해지고 거칠어지며 몸통의 탈모가 진행되기도 하며 노령묘의 특성상 신장 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갑상샘항진증(우측) 사진출처 https://animalendocrine.blogspot.com
고양이 갑상샘항진증(우측) 사진출처 https://animalendocrine.blogspot.com

원인은 깁상샘의 비대가 주원인이다. 최근 들어 고양이 갑상샘항진증 발병이 증가하는 이유로 요오드함량이 높은 식품의 급여와 더불어 조미료, 감미제, 통조림, 담배, 탈취제, 장난감, 유해성분이 함유된 고양이 모래 등을 통해 흡수되는 미량의 환경호르몬과 중금속 등이 지목된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T4(thyroxine) 수치가 높고 관련된 임상 증상이 뚜렷하다면 확진을 내릴 수 있다. T4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질병이 있는 고양이는 해당 질병을 감별 진단하여 치료 후 검사를 반복해야 한다. 고양이의 갑상선 비대의 정도와 악성 종양 여부를 감별하기 위하여 촉진과 초음파 검사, 세포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치료는 갑상샘을 억제하는 약물이 처방되며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다. 신장 질환이 병발한 노령묘들이 많으므로 신부전과 관련된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고양이에게 약을 지속해서 먹이기 어려운 상태이거나 종양이 의심될 경우 외과적인 제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갑상샘항진증 고양이를 위한 처방 사료는 현재 국내에 수입이 되지 않고 있다. 갑상샘항진증 고양이에게 도움 되는 가정 처방식은 요오드(iodine)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피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고함량 요오드 식품으로는 고양이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계란, 우유, 쇠고기, 멸치, 닭고기 등이 해당한다.

갑상샘 기능을 억제하는 고이트로젠(Goitrogen)성분이 많이 포함된 브로콜리는 익히지 말고 갈아서 잘 먹는 음식에 섞어 주면 좋다. 고이트로젠 성분은 가열되면 파괴되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염려되는 애견에게는 익혀서 먹여야 한다.

고양이 갑상샘항진증은 보호자가 노령묘의 행동을 잘 관찰하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질병이다. 7세 이상의 노령묘는 일주일에 1회 이상 체중을 재보고 갑작스러운 행동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수의사와 상담하실 것을 권해드린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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