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진로에 대한 걱정을 많이 늘어놓는다. 그들의 고민 중 공통되는 하나는 우리 아이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림을 월등하게 잘 그리거나, 운동을 특출나게 잘 하거나 음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으면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그 길을 지원해주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무엇이든 하다가 중간에 멈추게 될 것 같아서 결국은 가장 안전한 방법인 공부를 잘하도록 만들기 위해 더욱 더 사교육과 공부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잘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문제는 비교하는 순간 잘 하는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잘하는 것이 있어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보다 그것을 더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즉, 비교의 잣대를 '어제의 나'가 아니라 '남'이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무능한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타고나기를 위인처럼 태어난 사람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극소수일 뿐 아니라, 심지어 그들조차도 첫 시작 때는 가능성이 보였던 것이 후에 꽃을 피운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을 때가 많다.
종종 능력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결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이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인데, 사실은 성실함, 끈기, 책임감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능력이다. 천재 화가 고흐도 살아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고 늘 가난에 시달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2천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오늘은 내가 훨씬 남보다 뒤쳐지지만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갈 길을 쉬지 않고 걸어가면 그 언젠가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에서 최고는 아니더라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특별하지 않아보여도 그들이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꽃을 피우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떡잎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자르기부터 하지 말고, 격려라는 양분을 채워주어 멈추지 않고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무한한 신뢰가 요구된다.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은 잘 없다. 쉬지 않고 시도해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얻을 때,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의 괴리를 마침내 줄여나갈 것이다. 또 설령 그 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양한 길을 거쳐 간 여정은 한 길만 통과한 것 보다 그 어떤 시련에도 강해지게 만들어 인생을 더욱 깊어지고 풍성하고, 성숙하게 해줄 것이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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