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이 계속되면서 새 학기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재개가 사실상 무산됐다.
대다수 학교가 이미 영어를 제외한 채 1학기 방과 후 수업 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위해서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개정안은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법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예외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까지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잡지 못했다.
법 시행과 유예를 거치면서 작년 한 해 금지됐던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은 올해부터 다시 가능해질 것처럼 보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약속한 사안이었고, 관련 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초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시 조승래 법안소위 위원장도 "2월 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내년 1학기부터 방과 후 영어 수업이 가능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 안건 목록에 올랐으나 법제사법위 전체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후 1∼2월 임시국회마저 파행을 거듭하면서 현재까지 표류 중이다.
법 개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사이 대다수 초등학교는 초등 1·2학년 영어 수업 없이 올해 1학기 방과 후 수업 계획을 확정했다.
초등학교는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위해 대부분 강사를 채용한다. 채용 절차는 면접·범죄경력 조회 등 순서로 이뤄진다. 여기에는 보통 3∼4주가 걸린다.
강사 채용 후에도 수업 프로그램 구성 및 준비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이번 주에 임시국회가 열려 법이 개정돼도 새 학기부터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재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교사 A(31)씨는 "이미 확정돼 학부모 안내가 나간 방과 후 수업 계획을 추가·번복하기는 어렵다"면서 "법이 통과돼도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는 빨라야 다음 분기 방과 후 계획에 포함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육 제도 개선이 늦춰진 틈은 사교육 시장이 파고들었다. 대형 '맘카페'마다 '방과 후 영어, ○○로 시작하세요' 식의 광고가 여럿 게시됐고, 스마트 학습기기 업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를 타깃으로 광고하고 있다.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학부모 부담만 늘었다. 방과 후 수업 비용은 한 달에 3만원 수준이지만 영어 사교육 비용은 한 달에 10만∼30만원 수준이고 대형 학원에 보내려면 50만원 안팎 돈이 들기 때문이다.
방과 후 영어 수업으로 영어 교육과 '돌봄'을 모두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맞벌이 부부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김지혜(35) 씨는 "맞벌이라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기대했지만 결국 돌봄교실을 신청했다"면서 "학원은 너무 비싸서 가계에 부담인데, 주변에서 다들 영어 학원은 일찍 보내야 한다고 해서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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