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참으로 어려운 예술 장르이다.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소설이나 그것을 각색한 대본에 작곡가의 음악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장르이다.
오페라 작곡가의 입장에서도 음악적 완성 못지않게, 곡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장면과 내용을 표현하고 또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숙제였을 것이다.
그러한 여러 노력 중, 내용이나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암시하는 방식을 위해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법이 라이트모티브(Litemotiv)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란 극 중의 특정한 등장인물이나 특정한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짧은 주제선율로, 특정된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주제선율을 반복함으로써 극의 진행 중 등장인물 성격의 제시와 상황의 암시를 하는 방식이다. 어떤 주제음악이 먼저 제시되면 그 주제음악을 사용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할 것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어떠한 장면에서 어떠한 주제음악이 제시되면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음악적 암시와 복선의 역할을 하도록 음악으로 묘사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에서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베누스베르크의 등장에 '유혹의 동기'가 음악에 제시되며, 환락의 유혹에 탄호이저가 갈등하는 부분에는 '고뇌의 동기'를 음악에 제시하는 식이다.
오늘날 가장 사랑을 받는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의 작품 중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오페라 투란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19, 20세기의 전환기에서 당시 음악적 기법을 극적인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는 그만의 독특하고 탁월한 그러한 표현방식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의 주제음악이 그 대표적 부분이라 하겠다. 흔히 우리나라 국민들도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민요 모리화(茉莉花) 노래를 바로 그 주제음악으로 사용한 것이다.
극의 1막에서 어린이들의 합창에 이 멜로디가 도입되는데, 동쪽 산에서 4월이 와도 꽃이 피지 않고 얼음이 녹지 않으니 공주여 나와서 꽃을 피우시고 모든 것을 빛나게 하라는 내용으로 공포정치를 그만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가사의 음악이다. 그 후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할 때마다 이 주제음악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중국민요 모리화의 가사 내용도 이와 유사한 것을 볼 때 이탈리아 사람인 푸치니가 중국민요의 내용을 잘 알고,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부분에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작곡가들의 숨은 노력을 조금씩 살펴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오페라감상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