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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올해는 3·1일 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뜻깊은 해다.

누가 뭐라 해도 남과 북뿐만 아니라 세계 145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개로 아리랑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이 알고 있는 우리가 즐겨 부르는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들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통해 이러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소개된 노래이다. 1926년 나운규는 무성영화 아리랑을 제작하며 서울(경기)아리랑을 변용하고 새로 편곡하여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전국에 퍼져 당시 일제의 핍박에 고통받던 우리 민족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또 각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다른 지역민요 아리랑들과 달리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전 국민에게 알려지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이 아리랑만큼은 함께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이 아리랑은 순수 전통음계의 음악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들과 맞물려 서양음악이 유입되고 또 많은 음악적 변화를 겪던 변혁기에 내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음계를 기초로 하여 서양음악의 음계를 사용한 체계로 만들어졌으며, 또 변화되어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할 때 너무도 안타까운 점은 이 아리랑이 주제가로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아리랑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제에 핍박받던 농촌의 현실과 참혹상을 그대로 담아 당시 우리 국민들과 그 설움을 함께 하여 왔으나, 그러한 이유로 일제는 상영을 중지시킴과 동시에 전국의 필름을 다 강탈하여 훼손하고 없애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1980년대에 우연히 일본의 한 인물이 아리랑의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어 온 국민들이 반환에의 희망을 가졌지만, 그 아베라는 인물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환을 거부하다가 끝내 정확한 소재도 알려주지 않은 채 아베라는 인물은 세상을 떠나 버렸다.

필자는 2011년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하며 아리랑을 극화(劇化)하여 매년 공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로 2013년 원작 나운규의 아리랑을 각색한 2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을 하였지만, 원작을 확인할 수 없어, 별도의 창작물인 1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이 된 것이다. 이제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이 시기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아리랑을 탄생시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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