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같이&따로] 3·1운동 100주년 선언문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吾等(오등)은 기해년 3월을 맞이하여 玆(자)에 我(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자주국임을 世界萬邦(세계만방)에 다시 선언하노라. 100년 전 기미년 3월, 한반도 전역에서 울려 퍼진 만세삼창의 정신을 이어받아 임시정부 수립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정임을 선언한 역사적인 그날을 기억하노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유구한 역사에 이름 석 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血骨(혈골)을 다하여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 無名(무명)의 민초들을 기억하노라.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항거한 조선 민족의 담대함과 대의를 위한 奉公(봉공)의 정신을 기억하노라.

100년 전 선조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 위협 속에서도 분연(奮然)히 항거하며 한반도에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거)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내)할 것임을 2천 만 동포 앞에, 그리고 세계 각국에 선포하였도다. 선조들의 희생과 굴하지 않는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은 세계만방이 칭송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선진국가의 대열에 합류하는 경제적·물질적 성장을 이뤄냈으니 가히 호국영령들이 천국에서 기뻐할 것이라.

그러나 昨今(작금)의 형세는 20세기 이념 갈등의 잔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유일한 분단국가로 존재하고 있으며, 세계 11위권의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정신적·내적 성장을 발현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과 반목, 질시는 날로 심하여지고 있노라.

舊來(구래)의 抑鬱(억울)을 벗어버리고 이 땅에 자유와 평등, 정의의 정당한 발현을 기대한 호국영령의 간절한 소망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절반의 성공은 이루었으되 아직 절반의 課業(과업)은 이루지 못하고 있노라.

구한말, 4대 열강이 조선을 탐하기 위해 다투던 시기에 조선의 정치는 세계사적 변화와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여 결국 일본 제국주의 무력과 협박에 굴하여 치욕의 역사를 경험하였도다. 100년이 지난 현재도 4대 열강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존엄과 자주성을 위협하고 있으니 신한말이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노라. 또한 이 땅에 헬조선, 흙수저라는 통탄스러운 용어들이 횡행하여 우리의 심령을 혼탁하게 만들고, 일체의 특권과 계급을 폐지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은 형해화되고 있노라.

오호통재라. 人類的(인류적) 良心(양심)의 發露(발로)와 全人類(전인류) 共存同生權(공존동생권)의 正當(정당)한 發動(발동)을 주장하였던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으나, 현실은 이에 반하니 호국영령께 죄스러운 마음이니라.

噫(희)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문명이 목도되는 작금,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국가대계를 수립하고, 우리의 정신적·내적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상 최후의 분단국으로서 평화통일을 달성하여 민족의 자존과 존영이라는 과업을 수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담당한 정치는 사사로운 감정과 이기적인 狹益(협익)을 위해 국민의 갈등과 반목을 외려 조장하고 있으니 심히 안타까운 현실이라.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하였으니 우리의 치욕과 번영의 역사를 모두 공히 객관적으로 수용하여 此(차)로써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와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할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노라. 此(차)로써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정의, 자유, 평등에 입각한 정치와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물질적·정신적으로 풍족하게 만드는 소임을 충실히 할 것을 촉구하노라.

今日(금일), 이름 없는 무명씨로 살아가는 吾人(오인)의 所任(소임)은 다만 생업에 충실하고 가족의 健勇(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이니,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100년의 역사를 위해 오등은 각성하고 준엄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의를 향하여 나아갈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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