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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생각의 숲] 진실은 저항한다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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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과 맞물린 휴일이 끝나고 맞이한 3월 첫 주는 미세먼지만큼이나 충격적인 뉴스가 포털 검색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거대 언론 집안과 연관된 사건들이다. 여론은 먼지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진실이 무어냐고 아우성친다.

공기(公器)였던 언론은 일부지만 권력이 된 지 오래다. 한국 사회에서 미세먼지처럼 자욱하게 여론을 흐린 그 문제의 언론이 진실을 알려는 사람들에 의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참 질기게 뻗어온 악의 뿌리다. 그 언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 치욕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우리는 대일본제국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1936년 '신년사'부터 윤봉길, 이봉창 의사를 '범인'이라고 칭했던 문제의 언론은 해방이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꾸며 권력을 휘둘렀다. 얼마나 많은 진실이 그 언론의 펜 끝에서 숨을 거두었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던 적폐들은 대부분 친일, 반민족 행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 잔재는 청산되지 못하고 교묘한 논리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언론도 그 책임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의 언론은 그중 가장 썩은 나무다.

세상에 태풍과 해일이 존재하는 것은 지구 스스로가 자정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많은 피해를 주지만 오염 물질을 날려 세상을 정화시키고 수자원 확보 등의 역할을 한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다. 진실의 태풍은 천천히 그 세력을 키우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썩은 나무가 있다면 분명히 쓰러트릴 것이다. 그 자리에 새로운 새싹이 자라나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사회의 공기를 자처하는 언론이라면 늘 진실을 동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여론의 자정 능력에 뭇매를 맞을 것이다. 진실은 진실되지 못할 때 끊임없이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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