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엔 산수유가 빨간 열매를 단 채 노오란 꽃술을 내밀고, 개나리에도 어느새 노란 물감이 칠해졌다. 벚나무도 더 이상 따스한 봄 햇살을 참지 못하고 화사한 꽃을 여기저기 터뜨리고 있다!
교실 밖만 봄인가 했더니,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도 이 봄 기운이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터져 나오고, 아직 새순 같은 1학년 학생들은 잡기놀이를 하며 교정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봄을 실어 나르는 나비같다.
친절한 선생님들과 수업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넓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축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들. 저렇게 건강한 아이들에게 학교 대모(代母)로서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몇 년 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선생님들과 '나의 자녀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주제로 대화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때 대부분의 선생님이 자존감 높은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 예절 바른 아이 등이 나왔다. 그 중에서 나는 자존감 높은 아이라는 데 키워드를 잡았다.
자존감 높은 아이는 어떻게 기를 것인가? 먼저 자신의 장점을 알고 자신감을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 4년째 열린 교장실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장점,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적고 올해 목표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눈 뒤 사진을 찍고 한 명, 한 명을 기억하며 편지를 써오고 있다.
도심 속의 숨어있는 화단같은 작은 학교, 부모님의 손길이 많이 못 미치기에 모든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엄마, 아빠 혹은 삼촌, 이모 같은 역할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행복한 배움 터를 제공하고, 선생님들도 사랑 실천을 통해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이루고자 한다.
어느 시인은 마당을 쓸면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지고, 꽃 한 송이 피면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진다고 했다. 학교의 주인공, 127명의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한다면 온 마을이 꽃밭이 되리라.
벚꽃의 화사함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하지만 소소한 냉이 꽃을 만나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봄 햇살 아래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보물들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기 위해 학교 대모(代母)인 내가 먼저 몸을 낮추고 이름을 불러주어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나게 해야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손에 들려 준 손편지로 이 봄을 기억하고 싶다.
미소가 아름다운 우리 민규(가명)에게
우리 민규의 따뜻한 미소가 참 아름답구나. 꿈 이야기를 나눌 때 조곤조곤 말 하는 솜씨도 어찌 그리 예쁜지.
자신의 장점과 장래희망을 당당히 적는 민규가 참 멋있더라. 꿈을 간직한 민규에게 다음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단다.
인사, 감사, 독서를 늘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 인사는 실력이고, 감사를 기록하는 습관은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독서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배우게 될 거야. 감사노트 쓰기와 독서를 통해 나날이 성장하는 민규가 될 거라 믿는다.
2019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빌며 오늘 학교 큰 엄마(大母)와의 만남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기를 바란다.
김영미(죽전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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