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 첫 날 현장…"오리 주물럭은 되고 목살은 안 돼?"

무료였던 속비닐 놓고 혼란
부직포 봉투 사용 여부 묻자 단속 나온 관계자도 아리송

대형마트와 매장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 등에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1일 대구 서구 한 대형마트에서 서구청 직원들이 일회용 비닐봉투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형마트와 매장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 등에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1일 대구 서구 한 대형마트에서 서구청 직원들이 일회용 비닐봉투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형마트와 백화점, 165㎡ 이상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 1일 현장에선 '속비닐'(비닐롤백) 사용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가 큰 혼란을 겪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생선과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매대의 속비닐을 뜯어 상품을 담아갔다. 단속 첫날에도 손님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속비닐을 찾다가 유통업체 직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날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 흔히 과일과 수산물 매대 옆에 놓고 무료로 제공하는 속비닐의 사용 여부를 놓고 헷갈리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환경부가 흙 묻은 채소, 아이스크림, 생선이나 고기, 두부처럼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만 비닐봉투 사용을 허용하는 바람에 소비자와 직원들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대구 달서구 한 대형마트 정육·생선 코너에서 만난 주부 최선애(59) 씨는 "직원이 오리주물럭은 비닐에 담아줬는데, 목살은 비닐 제공이 안 된다고 했다"며 "사정사정해 한장 얻었는데 주물럭이나 목살이 뭐가 다른지 도통 분간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정연(43) 씨도 "수분이 생기고 안 생기고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떡볶이 포장을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기존에는 떡볶이를 종이용기에 담고 플라스틱 뚜껑을 덮은 뒤 비닐봉투에 싸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비닐 사용이 금지되자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중구 한 백화점 떡볶이 매장 관계자는 "국물이 흐를까 봐 비닐포장을 해달라는 손님 요구가 많은데, 그때마다 뚜껑을 테이프로 고정해주는 것으로 겨우 무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금지된 코팅 쇼핑백은 구분이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종이 재질에 한 단면을 합성수지 등으로 코팅한 쇼핑백은 사용이 금지되나 실제 구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구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육안으로 봐서는 코팅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 불빛에 비춰보거나 따로 제품 성분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직포 봉투 사용 여부도 논란거리였다.

해당 백화점 관계자가 "부직포 봉투는 사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작 단속 나온 중구청 관계자도 잠시 고민한 뒤 "제공 목적이 일회용인지 다회용인지를 고려했을 때 부직포 봉투도 사용이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165㎡ 기준을 소폭 초과하는 슈퍼마켓은 동네 주민들과의 관계가 걱정이다.

서구 평리동 한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전정자(49) 씨는 "친분이 있는 손님께 종이봉투는 안 된다고 거절해도 계속 요구하면 안면 때문에 안 줄 수도 없다"며 "비싼 종이봉툿값을 받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 슈퍼마켓을 찾은 손님 윤모(50) 씨는 "장바구니를 꼭 챙기라는데, 계획에 없는 장을 볼 때는 어떡하란 말이냐"며 "오늘도 급히 청양고추를 사러 왔는데 비닐봉투 제공이 안 된다니 난감하다"고 불평했다.

단속을 나온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담당 직원 한명이 점검해야 하는 곳이 400군데가 넘는다"며 "환경부에서 지정한 예외 규정이 엄청 많아 이에 대한 세부사항 계도가 필요하다. 비닐속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소비자마다 판단이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고 푸념했다.

1일 대구 서구 한 대형마트에 쇼핑 나온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와 구입한 물품을 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일 대구 서구 한 대형마트에 쇼핑 나온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와 구입한 물품을 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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