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거리거리마다 꽃은 만발하고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파랗고 또 파랬다.
따사로운 햇살에 봄은 부지런히 무르익고 푸르고 흰 봄이 주는 설레임을 만끽하기에 제격인 날이었다. SNS에는 꽃놀이로 바쁜 주말을 보내는 주변인들의 꽃 사진, 하늘을 담은 사진, 행복한 웃음이 담긴 사진으로 가득했다. 이따금 봄날을 시샘하는 찬 기운이 옷을 여미게 만들었지만 고개를 들기만 해도 슥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온 천지에 꽃비가 내리는 그야말로 완연한 봄이다.
해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봄 가면 여름이 오는 사계절의 이치에 아, 벌써 때가 그렇게 되었나보다 하고 당연한 듯 지내오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볕과 비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싹과 꽃을 맺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가감 없이 그 절경을 뽐내는 봄과 그 계절이란 것이 마치 필자가 하고 있는 판소리의 더늠과 닮았기 때문이다.
더늠은 판소리 명창이 독창적으로 소리와 사설 및 발림을 짜서 연행한 판소리의 한 대목으로서 그 명창의 장기로 인정되고, 또 다른 창자들에 의해 널리 연행되어 후대에 전승된 것을 말한다. 더늠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더 넣다'에서 왔다는 견해로서, 판소리 전승에서 없던 것을 독창적으로 짜 넣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겨루다'라는 뜻의 고어 '던다(더느다)의 명사형 '더늠'에서 왔다는 견해로서, 창자가 다른 창자와의 판소리 경쟁에서 자신 있게 내 놓는 대목으로 보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대목이 더늠이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면서 예술적으로 뛰어나야 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더늠 역시 무척이나 독창적이고 또 형언하기 힘들도록 완벽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봄의 더늠은 두꺼운 가지를 뚫고 올라오는 세상 무엇보다 강한 여린 초록색, 노란빛과 분홍빛으로 수놓는 찰나의 고움이 있다. 여름의 더늠은 타는 햇살로 대지를 데워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고, 푸르름으로 우거지는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과 쏟아지는 장마의 시원함이 있다. 가을의 더늠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붉게 붉게 타들어가다 하릴없이 떨어지지만 그 또한 가을만이 뽐낼 수 있는 운치이다. 겨울의 더늠은 시리도록 차갑지만 오히려 따듯한 정이 넘치지 아니한가.
이렇듯 하물며 철마다 제 멋을 뽐내는 더늠이 있는데 우리에게도 분명 비교할 필요도, 같을 필요도 대단할 필요도 없는 나만의 색깔, 개성, 가치관, 정체성, 재주, 재능의 더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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