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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공항 이전 성공 과제는?

항공수요 반영…경제 물류공항 조성…반대 여론 설득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군공항(K2) 이전 후보지를 연내 결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내년부터 민간공항 이전까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의 당위성은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대구국제공항의 한계를 넘어 제대로 된 공항을 짓자는데 있다.

이에 따라 이전 민간공항은 기존 동남아 노선에서 탈피해 미주·유럽 등 더 많은 항공 수요를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하고, 지역 경제계가 염원하는 경제물류공항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전 당위성이 빛바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대구경북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민간공항은 놔두고, 군공항만 옮기자는 시민사회의 여론에 대해 대구시, 경상북도의 갈등 중재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군공항(K2) 이전 후보지를 연내 결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내년부터 민간공항 이전까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구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매일신문 DB
정부가 군공항(K2) 이전 후보지를 연내 결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내년부터 민간공항 이전까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구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매일신문 DB

◆1천만명 항공수요 반영 가능한가?

대구시는 적어도 1천만명 이상의 항공수요를 반영해야 이전 민간공항에 미주·유럽 등 대륙간 노선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불가능한 수요 반영'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2016년 6월 21일 영남권 신공항을 김해공항 확장(김해신공항)으로 결정한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발표 내용을 인용한다.

당시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2050년 기준 영남권 국제선 항공수요 2천800만명은 모두 김해신공항, 국내선 수요 1천200만명 중 1천만명은 김해신공항, 200만명은 대구공항에서 수용한다는 것이다.

당시 발표대로라면 1천만명 항공수요 반영은 아예 불가능한 게 맞다. 그러나 대구시는 당시 적용 대상은 현 대구국제공항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에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실제 당시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발표 이후 두달만인 2016년 8월 21일 '정부, 대구공항 통합이전 추진방식 및 일정 확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전 민간공항을 '지역 거점공항으로서 장래 항공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로 건설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지역 거점공항이란 국토교통부 위계별 공항 기능에 따라 국내선 수요 및 중단거리 국제선 수요 처리가 가능한 공항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와 지역 거점공항을 명시하는데 치열한 협의 과정을 거쳤다"며 "ADPi 발표 내용을 근거로 국내선 전용, 동네공항 운운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민간항공 수요를 현재 대구시가 목표로 하는 1천만명까지 산정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대구시에 따르면 민간공항 이전사업을 총괄하는 국토부는 연말 최종 부지가 선정되고 나면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사전타당성 및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이전 민간공항의 개략적인 항공수요를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국토부는 2050년 기준 장래수요를 산정한다. 2018년 기준 대구공항 항공수요는 수용한계(375만명)를 넘어 406만명까지 급증했고, 대구시 자체 분석 결과 2025년 기준 장래수요는 512만명으로 나타났다. 시는 2050년 기준 장래수요는 1천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민간공항 존치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대구국제공항이 현 위치에서 최종 후보지로 이전해 개항할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접근성 등이 항공수요 감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국제공항. 매일신문 DB
대구국제공항. 매일신문 DB

◆미주·유럽 노선 갖춘 경제물류공항 조성

대구경북 경제계는 이전 민간공항은 지금의 여객 기능에 더해 물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거리 및 여객물류 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만큼 여행객과 수출 기업의 편의·경제성을 높여 지역 경제를 이끌 수 있다는 이유다.

대구시에 따르면 국내 항공화물 물류의 99%가 인천공항에 집중된다. 화물기의 수송공간을 전국에서 모은 화물로 가득 채워 운반할수록 운송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체계는 지역 기업들 화물이 육로를 거쳐 공항에 다다라야 하는 만큼 수출입 부담을 키우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돼 왔다.

대구시는 최근 맞이한 대구공항 연간 이용객 400만 명 시대를 계기로 지금보다 확장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에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까지 확충하려는 계획이다. 공항이 중·장거리 노선을 갖춘다는 것은 곧 화물 등 대형 항공기 운항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장거리 여객기와 대형 화물기가 이륙하려면 길이 3천500m 규모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보다 작은 중·장거리 여객기나 여객기에 화물칸을 보유한 '밸리카고' 항공기만 해도 3천200m 이상 활주로를 필요로 한다.

현재 대구공항 활주로는 2천755m에 그쳐 화물기 이륙은 꿈도 못 꾸고 여객기도 근거리 운항 기종만 이·착륙할 수 있는 형편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립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시는 "대구공항은 초장거리 항공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수년 새 대구공항에서 급증한 LCC 인프라를 활용해 대구경북을 밸리카고 위주의 근거리 화물 운송 거점으로 조성하는 것은 가능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물류공항을 중심으로 주변 공항경제도시를 조성하는 '경제물류공항'이 지역 내 마련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 공항에 LCC 노선을 확충하고 페덱스 등 택배사를 대거 유치한 이탈리아, 네덜란드 도시들은 물류공항 주변에 전자·IT 등 첨단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구경북 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첨단산업 업종은 기업 입지와 가까운 곳에 물류 공항을 둘수록 단기 납기 경쟁력이 커진다. 특히 삼성, LG 등 대기업이 들어선 구미에서 국제 항공화물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물류공항 확보를 통해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확보한다면 6, 7시간 안팎의 아시아권 화물과 장거리 환승 여객·화물을 충당할 수 있고 글로벌 택배사와 대기업 등을 주변 도시에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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