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가 위기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몇 년째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시골마을 풍경이 아니다. '저출산'이란 단어의 실사판이다. 해리포터 호그와트성이 연상되는 대형 미끄럼틀을 가져다 놓아도 마찬가지다. 놀이방, 학원, 모바일게임은 더 이상 놀이터의 경쟁자가 아니다.
위험하다는 경고는 진작 나왔다. 당장 올해부터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다.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자연감소 시작 시점이 10년 앞당겨졌다.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게 이변이다.
곰곰이 따져보니 이변일 것도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다. 출산과 육아는 뒷전이다. 결혼하면 자연스레 아이가 들어서고, 아이들은 제 먹을 복 타고 나오고 알아서 자란다는 수천년의 생애주기가 망가졌다.
사진은 1986년 여름의 대구 송현주공아파트 놀이터다. 달서구가 생기기 전이다. 남구 송현동이었다. 넓디넓었던 송현주공아파트 몇 단지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최고층이 5층인 걸 보면 이곳은 현재 없을 가능성이 높다. 송현주공아파트가 있던 대구도시철도 1호선 월촌역 주변 대부분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때라 마스코트 호돌이가 놀이기구 중앙에 떡하니 붙어있다. 당시 국민학생 교복이자, 트레이닝복이자, 전천후 외출복이었던 학교 체육복을 입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는 사회관계망이 형성되던 곳이었다. "OO아, 밥무로 온나!"라는 엄마의 소환 명령에 끼니때가 야속했을 뿐 온갖 놀이가 가능했던 공간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앙칼진 목소리가 드높던 놀이터에 흥을 깨던, "밤일 나가야되니 조용히 좀 놀아라"던 어른들의 절규도 이젠 없다. 아이들이 북적거리며 뛰어놀아야 재현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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