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크리스가 보호자와 함께 내원하였다. 두 달 전 사고로 머리에 충격을 받고 갑자기 앞을 보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시력이 좋아지고 있다며 시력 평가를 의뢰했다.
개와 고양이가 벽에 부딪히거나 다가오는 손길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맹안일 가능성이 높다.
동물의 시력을 약화시키는 일반적인 원인은 각막 손상, 녹내장, 백내장 등 안구의 앞부분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러한 질병은 보호자가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안구의 충혈과 혼탁, 눈곱이 늘고 눈을 비비는 행동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안구의 이상이 관찰되지 않음에도 시력을 잃는 경우라면 망막 또는 뇌 신경계의 이상이 의심된다. 급성망막변성증후군(SARDS·sudden aquired retinal degeneration syndrome), 진행성 망막위축증(PRA·progressive retinal atrophy), 뇌진탕, 뇌출혈, 뇌종양이 원인일 수 있다.
개의 PRA(진행성 망막위축증)는 유전병으로 어미 중 한쪽이 유전자를 물려주는 경우 맹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번식을 고려하는 개는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
가정에서 개와 고양이의 시력을 간단히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위협 반응(menace response)

개나 고양이의 눈 가까이 손을 갖다 대고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반사 행동을 관찰한다. 눈 양쪽을 번갈아 테스트한다.
2. 솜 볼을 이용한 테스트(cotton ball test)
소리와 냄새로 인지할 수 없는 가벼운 재질의 솜뭉치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지를 관찰한다. 솜뭉치의 크기를 점점 줄이면서 테스트한다.
3. 테이블 위에서의 착지 시각 테스트(visual placing postural reaction)

보호자가 동물을 안고 있다가 테이블 방향으로 동물의 몸을 기울이면 앞발로 바닥을 디디려고 행동하게 된다. 이때 테이블 표면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지 관찰한다.
4. 미로테스트(maze test)

종이박스나 물병을 이용하여 미로를 만들어 물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지를 관찰한다.
5. 허들 넘기 테스트(hurdle test)

굵은 봉을 이용하여 장애물을 시각적으로 인지해 허들처럼 넘을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비교적 쉽게 인지한다면 장애물을 가는 실로 바꾸어 잘 인식하는지 확인한다.
6. 어두운 곳에서의 재평가(dark adaption)
1·2·3·4·5항의 테스트를 조명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다시 평가한다. 대부분의 시력 악화는 어두운 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7. 동공 반사 (pupillary light reflex)
어두운 공간에서 눈동자에 빛을 비추면 홍채(눈조리개)가 축동된다. 축동되는 반응속도와 지속상태를 관찰한다.
동물에게 시력의 저하는 불안과 과민행동의 원인이 된다.
가정에서 시력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반복한 결과 시력의 이상이 의심된다면 동물병원에 눈 검진을 의뢰하시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에서는 망막검사, 안구 초음파, 안압검사, 각막검사, 눈물분비량 검사 외에도 내과적인 질병과의 관련성을 감별 진단할 수 있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