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영업자희망프로젝트](13)이진옥 ENH 대표

오랜 기간 대구지역 섬유업계에 몸담아온 이진옥 ENH 대표는 양장점에서 천연염색으로 업종을 전환해 성공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오랜 기간 대구지역 섬유업계에 몸담아온 이진옥 ENH 대표는 양장점에서 천연염색으로 업종을 전환해 성공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섬유·패션업계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섬유업체들은 2000년대 초 밀라노 프로젝트의 뼈 아픈 실패로 큰 타격을 입었고,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달갑잖은 시선을 오래 감내해온 때문인지 섬유업체 상당수는 '어렵다'는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그 힘든 세월을 이겨낸 만큼 섬유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실 있는 업체라는 증거라고 반박한다.

대구 동구 봉무동에서 천연염색 공방을 운영하는 이진옥 ENH 대표도 마찬가지다. 천연염색을 하기에 대구만큼 좋은 지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패션업체에 근무하다 퇴사한 뒤 양장점을 거쳐 지금 공방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이 섬유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업계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아직도 대구 섬유·패션·염색 경쟁력은 타지역보다 훨씬 뛰어나다. 한창 섬유업체들이 잘 나갈 때 있던 근로자 상당수가 대구에 남아 있어 기술력은 여전하다"며 "천연염색에는 감물이 꼭 필요한데 감이 특산물인 청도가 근처에 있다는 점은 호재다. 대구는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모든 제작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대기업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염색 분야에서 이 대표는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천연염색을 잘하는 사람은 있지만 이 대표처럼 제품 기획과 디자인을 모두 도맡는 경우는 전국에서도 흔치 않아서다. 패션업체 경력, 양장점 운영 경험이 도움이 된 셈이다. 전원주, 사미자 등 유명 배우들이 종종 대구까지 내려와 옷을 사갈 정도다.

이 대표는 "양장점 손님이 감물을 들인 원단을 가져와 옷을 만들어달라고 한 게 천연염색에 빠진 계기였다. 같은 재료라도 계절,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색을 물들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양장점을 접고 천연염색 공방을 차렸다"며 "천연염색 공부는 늦게 시작했지만 섬유 쪽 일을 쭉 해온 점이 큰 도움이 됐다. 2000년대 웰빙 붐이 일며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자영업 형태로 공방을 운영하다 2016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장애인 고용에도 앞장서고 있다. 함께 공방을 운영하는 남편(지체 3급)의 존재가 편견을 깨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앉아서 하는 일이다보니 정상인과 큰 차이가 없다. 직원 중에도 장애인이 많은데 아무 불편이 없다"며 "장애인 고용을 더 늘리고 싶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고용 외에도 기술교육, 자선 패션쇼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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