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100년 넘는 장수 기업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기준으로 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 등 9개 기업만이 100년을 넘었다. 대한민국 기업 평균수명이 15년에 불과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가 생각하다가도 일본에는 100년 이상 기업이 3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장수 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창업 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가업 승계 절차가 기업 존속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흔히 가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으로 여겨져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막대한 상속·증여세는 응당 부의 상속에 대해 당연히 내야 할 세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반 개인의 상속과 달리 가업 승계는 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이전이며, 고용의 승계라는 측면에서 일반 상속과 완전히 구분해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생산과 고용을 통해 소득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금과 사회공헌을 통해 국가와 지역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다. 이러한 역할 차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개인 상속과 같이 부의 이전으로만 가업 승계를 바라보면 많은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여러 세제 지원제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업력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공제해 주는 것이 핵심인 이 제도는 이상하게도 활용하는 기업이 연간 70여 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이 연간 1만7천여 건의 공제제도를 이용한 것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하려면 우선 피상속인이 지분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매출액이 3천억원을 넘으면 안 된다. 또 이 제도를 이용해서 가업을 상속했을 때는 상속 후 10년간 고용의 100%(중견기업은 120%)를 유지해야 하고 업종이나 가업용 자산 변경을 제한받게 된다.
10년이라는 상당히 긴 기간 요구되는 현 제도의 사후 요건은 족쇄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최근 대구상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잘 나타나듯 응답 기업의 90%가 사후 요건 중 고용 요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인력난에 대응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현 상황에 10년간 고용 유지는 현실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일본의 대처 방안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파격적으로 가업 승계를 돕고 있다. 모든 중소기업이 공제 대상이다. 승계받는 주식의 상한선 철폐, 고용 유지 조건 완화,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 때 폐업 시점 가치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대표적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100년 기업이 나오려면 일본처럼 한시적 가업 승계 지원책을 시행한다든지 아니면 가업상속공제 제도 요건 중 기업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부분은 과감히 삭제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차라리 기업을 매각해 부동산을 사면 더 편하겠지만 창업주인 부모님의 헌신과 종업원을 생각하며 가업을 물려받는다"던 한 기업 임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과 고용의 승계를 통해 영속기업을 키우고, 지역과 국가 경제 기반을 견고히 해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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