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11. 텃밭 가꾸고 요리하는 외과의사 임재양

임재양 원장(임재양 외과 원장)은 도시농부다. 의사생활 39년째인 그는 사람들의 병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나이든 사람, 나쁜 환경에 노출된 사람, 생활이 불규칙한 사람에게나 나타나던 병이 지금은 나이불문, 누구에게나 어떤 환경에서나 발생하고 있다."

임 원장은 가장 큰 원인으로 환경호르몬을 지적한다. 그가 지난 해(2018년 11월) 펴낸 책 '제4의 식탁'은 현대인이 환경호르몬에 대량 노출되는 원인을 찾고 대책을 밝힌 책이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해야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의사로서 또 텃밭농부이자 요리하는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외과의사 임재양 원장이 자신의 병원 뒷마당 텃밭에서 채소를 돌보고 있다.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외과의사 임재양 원장이 자신의 병원 뒷마당 텃밭에서 채소를 돌보고 있다.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텃밭농사

임재양 원장은 10여년 텃밭을 가꾸고 요리를 하면서 도시텃밭농사야말로 땅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고 사람을 살린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처음 텃밭농사를 시작할 때는 대구근교에 작은 밭을 구해 채소를 재배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밭이 멀다보니 텃밭농사의 재미와 가치를 다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7년 전 병원을 한옥으로 새로 지으면서 뒷마당에 텃밭을 마련했다. 17㎡(5평)정도의 작은 밭이다.

임 원장에게 텃밭 가꾸기는 직접 채소를 길러 건강한 채소를 먹고, 육체노동으로 땀을 조금 흘리는 차원을 넘는다.

그는 "건강하게 재배한 채소를 먹는 것도 좋지만,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해 퇴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음식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퇴비로 변하는지 보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과정 또한 즐겁다"고 말한다.

◇ 음식쓰레기로 직접 퇴비 만들어 사용

임 원장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퇴비를 쓰지 않는다. 직접 퇴비를 만든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관찰하고 연구하는 재미도 얻고, 음식쓰레기를 자가 처리함으로써 환경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근교텃밭농사를 포기하고 병원 뒷마당에 텃밭을 만든 큰 이유 중 하나가 음식쓰레기를 그때그때 처리하는 동시에 건강한 퇴비를 얻기 위해서다.

임 원장은 "음식쓰레기로 버려지는 양도 많고 처리비용도 엄청나다. 음식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전용 봉투나 통에 담아 멀리 보내면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버린 음식쓰레기는 결국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음식쓰레기를 건강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환경호르몬을 줄이는 하나의 시작점이다"고 말한다.

임 원장은 "가까운 곳에 밭이 있으면 음식쓰레기를 처리하기 쉽다. 채소 위주의 음식쓰레기는 0.5평 정도의 땅만 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나는 지렁이를 이용한다. 낚시용으로 쓰는 붉은 지렁이가 번식에 유리하지만, 일부러 구할 필요 없이 조건만 만들어주면 지렁이가 모여든다. 적당한 온도, 습도, 공기가 있으면 충분하다. 다만 겨울에는 지렁이가 지하로 들어가므로 거적을 덮어주는 등 보온관리가 필요하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 배기가스가 채소에 미치는 영향은?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는 임재양 원장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많은 도심에서 채소를 키우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 이다. 전문기관에 문의해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대구와 서울의 관련기관에서는 "도시별, 구역별 전면 검사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기준도 애매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반 표본검사에서는 자동차 도로와 격리되어 있으면 식용에 문제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환경호르몬을 피하려고 편리한 생활용품을 버리고 원시시대로 돌아 갈수도 없고, 마스크를 쓴다고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해결책은 건강한 채소 섭취라고 본다. 건강하게 자라서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이 풍성한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동시에 몸에 들어 온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길이다. 그러자면 건강한 채소를 재배하기에 알맞은 조건과 지역별 안전도를 연구기관이 파악해 시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 건강한 채소,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중요

임 원장은 채소를 재배할 뿐만 아니라 직접 요리를 한다. 몸에 들어온 환경호르몬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피토케미칼이 풍부한 건강한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데, 요리 방법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건강한 농산물이라도 복잡하고 많은 과정을 거쳐 요리하면 맛은 있을지 모르지만 건강한 피토케미칼은 파괴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요리원칙은 맛 위주가 아니고 건강 위주다. 따라서 비교적 간단하다.

임 원장은 "직접 가꾼 채소로 요리를 하다 보니, 요리가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라 즐거움임을 깨달았다. 의사로서 환경호르몬으로 발생하는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며 "시민들에게 텃밭 가꾸기와 건강한 요리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 공유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해 통합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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